[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재무적투자자(FI)의 손해배상 중재소송으로 경영권 유지 위기를 맞은 신창재(사진) 교보생명 회장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FI에 대해 법적 소송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FI 측에 손해배상 중재소송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중적 태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FI의 소송이 본격화되면 신 회장의 경영권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FI측을 대표하는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의 박영택 회장을 만났다.
신 회장은 이날 자리에서 손해배상국제중재 소송을 철회해줄 것을 요청한 동시에 제3의 투자자를 찾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날 자리는 표면적으로는 신 회장과 FI와의 풋옵션 가격 논의였지만 실제로는 신 회장이 FI에게 중재 소송을 철회하거나 소송 시일을 벌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며 "이는 기존에 FI에 대해 소송 검토를 해본 결과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I들이 강경하게 나온 이유는 앞서 신 회장이 FI와 약속한 기업공개(IPO)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앞서 소송을 검토하는 등 FI들에게 강경 대응 입장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데는 중재신청이 들어갈 경우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들 FI들이 풋옵션을 요구하며 중재소송을 진행할 경우 중재 소송의 결과가 나오면 신 회장은 경영권 매각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2011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각할 때 어피니티(지분율 9.05%)·IMM(5.23%)·베어링(5.23%)·싱가포르투자청(4.50%) 등을 끌어들였다. 신 회장은 이들과 다음해 옵션 조항을 넣은 '주주간 계약(SHA)'을 체결했다.
FI들은 이 계약에 따라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면서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면 신 회장에게 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내걸었다.
하지만, IPO일정이 지속적으로 지체되면서 FI들이 나서 풋옵션 요구를 해온 것이다. FI들이 요구한 풋욥션 희망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이다. 이는 2011년 당시 FI들의 지분 매입가(주당 24만5000원, 총액 1조2054억원)보다 8000억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 경우 신 회장은 8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현재 신 회장의 교보생명 지분은 36.91%(특수관계인 포함)이다.
교보생명이 정상적으로 IPO를 추진하더라도 하락하고 있는 기업가치도 문제다.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수준)로 공모가를 추산하면 교보생명의 공모가는 2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FI들이 풋옵션으로 요구한 주당 40만9000원에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 회장이 박 회장을 만난 데에는 풋옵션 행사의 적정가격을 논의하기 위함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결론적으로 교보생명이 IPO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은 기정사실"이라며 "FI들이 중재소송에 들어갈 경우 신 회장이 승소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금융권 안팎의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신 회장이 FI들의 중재소송을 지연시키지 않을 경우 현재 추진중인 IPO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 12월 정기 이사회에서 IPO 추진을 공식 결의했다. 이후 지난달 JP모건·씨티글로벌마켓증권·미래에셋대우 등 5곳을 주간사로 선정한 후 킥오프(Kick-off) 미팅을 가졌다. 교보생명은 기업가치 평가 등을 위한 실사 작업을 추진한 후 4~5월 상장 예비심사 청구한 후 6~7월쯤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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