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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연극으로 '순수'를 빚는 다섯 남자…극단 '소년'이 가는 길
세 번째 연극 올린 동갑내기 5인…'소년, 천국에 가다' 개막
표지훈 "블락비 팬들 외에 일반 관객도 확 늘었죠"
2019-02-28 08:32:30 2019-02-28 08:32:30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극단을 1~2년 정도 했을 땐 '그냥 하다가 없어지겠지, 저렇게 하는 친구들 많으니까'라는 시선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극단'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죠."(표지훈)
 
왼쪽부터 극단 '소년'의 이한솔, 임동진, 표지훈, 최현성, 이충호. 사진/쇼온컴퍼니
 
블락비 멤버 피오(표지훈)이 소속된 것으로 화제를 모은 극단 '소년'이 새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로 대학로에 돌아왔다. 극단 '소년'은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 1기 졸업생 이충호, 이한솔, 임동진, 최현성, 표지훈이 소년과도 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2015년 설립한 극단이다. 지난 16일 개막한 '소년, 천국에 가다'는 그들의 세 번째 워크숍으로, 원작 영화를 연극적 플롯으로 각색해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미혼모와 결혼을 꿈꾸는 13살 네모가 33살 어른으로 변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원작의 설정은 유지하되, 관객의 궁금증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극의 순서를 바꾸고 등장인물의 밸런스를 조정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네모 역은 이충호와 이한솔이 맡았다. 표지훈과 임동진은 각각 파출소장과 저승사자를 연기하는 동시에 극의 다양한 감초 캐릭터를 멀티로 소화한다. 사회복무요원 신분인 최현성은 프로듀서 역할을 맡아 극단 안팎의 살림을 챙긴다. 대본 작업부터 배경음악 작곡까지, 이들 다섯 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그 열정을 관객들이 알아본 덕일까. 내달 2일까지 이어지는 전체 회차의 좌석은 티켓오픈 초기부터 일찌감치 매진됐다. 
 
표지훈은 "솔직히 예전에는 블락비 팬들 외에 일반 관객이 많이 없었던 것 같은데, 3년쯤 했을 때부터 일반 연극팬들도 많이 오기 시작했다"면서 "이번에 제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면서 일반 관객 비중이 확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얘가 (극단을) 놓지 않고 갖고 가려 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일반 관객이 많이 생겨서 감사드리죠."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극단 '소년'의 최현성, 표지훈, 이충호, 임동진, 이한솔. 사진/쇼온컴퍼니
 
27살 동갑내기 다섯 친구가 벌써 세 작품째 연극을 만들게 된 것은 다름 아닌 고교 시절 나눴던 작은 약속 때문이다. 최현성은 "예고 시절 '연극을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발단으로 성인이 된 시점에 극단을 만들게 됐다"며 "1년에 한 작품은 무조건 올리자는 약속 아닌 약속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자주 만나 어울리는 친구 사이다 보니 다른 극단에 비해 수월한 면도 있었지만, 초기에는 마찰도 많았다고. "처음에는 서로의 스타일을 배려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1~2년차에는 엄청 싸웠죠. 그런데 연차가 쌓이면서 서로 조심스럽게 대하고 있어 큰 마찰은 없어요." 하지만 최현석의 이같은 설명에 표지훈은 "거짓말이다. 여전히 계속 싸운다"고 응수해 친구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작품에 대해) 디테일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많이 싸우게 되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보니 싸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이 싸워야 할 것 같다"는 게 표지훈의 주장이다.
 
다섯 멤버는 자신들의 젊음을 가족같은 친구들과 함께 '연극'이라는 형태로 빚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동진이 "이 친구들과 함께 연기하고 호흡을 맞출 때 저라는 사람이 빛나는 것 같다"고 하자, 이한솔은 "공연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정말 짜릿하고 행복하다"고 말을 보탰다. 가수이자 예능인으로 수없이 대중을 만나는 표지훈도 관객의 숨을 직접 느끼는 연극무대가 소중한 것은 마찬가지다. "TV프로그램과 달리 연극은 제가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볼 수 있잖아요. 그들의 표정을 보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고마움이 정말 커요. 이걸 해야 저라는 사람이 굴러갈 수 있어요. 우리 극단이 더 잘 되기 위해 예능 같은 다른 활동을 열심히 해볼까 해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극단 '소년'의 이한솔, 최현성, 이충호, 표지훈, 임동진. 사진/쇼온컴퍼니
 
다섯 명 각자가 지닌 개성만큼이나 앞으로 도전하고픈 작품 장르도 제각각이다. 최현성은 '미스터리 스릴러', 임동진은 '햄릿'과 같은 고전, 이한솔은 '판타지', 이충호는 '퓨전 사극'에 욕심이 있다. 표지훈은 장르를 떠나 무조건 '해피엔딩'을 추구한다. 다만 작품을 선정할 때는 극단 '소년'의 취지에 어울리는지'가 일종의 잣대가 돼준다. 표지훈은 "저희 극단 이름처럼, 관객들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할 수 있는 극을 만드는 게 저희의 숙제"라고 했다. 
 
매 작품 수익금은 별도의 개런티를 받지 않고 다음 작품을 위한 시드머니로 쓰인다. 지금의 창립멤버를 시작으로 극단을 키워, 10년 뒤에는 어린 후배들이 극단 '소년'의 이름으로 연극을 올리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이한솔은 "우리가 만든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않냐"며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10주년, 20주년씩 극단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전했다. 
 
연극 '소년, 천국에 가다'는 다음달 2일까지 서경공연예술센터 SKON 2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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