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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밀레니얼을 잡아라) 밀레니얼 세대의 지갑을 열어라
연결성·개인 취향 강조된 전자제품 봇물
2019-03-12 06:00:00 2019-03-12 06:00:00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밀레니얼 세대가 열광하는 포인트를 적용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 전자업계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삼성전자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신제품 소개에 '밀레니얼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과 같은 문장들이 등장하는 빈도가 부쩍 늘었다. 삼성전자는 밀레니얼 세대를 소비의 트렌드를 주도할 주체 세대로 인지하고 이들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이 반영된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 사진/삼성전자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은 ‘대담하라. 영혼과 교감하라(Be Bold. Resonate with Soul)’로 변경됐다. 사용자를 배려하는 기존의 디자인 철학과 명맥을 같이 하면서도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성'을 담아내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개인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자제품에서도 단순히 첨단 기술력 만으로 승부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약 25억명)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완전한 주류 소비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2020년 이후에는 세계 노동인구의 35% 이상을 차지하며 구매력 역시 상승할 예정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보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로 대변되는, 개성이 강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침없는 세대다. 
 
무엇보다 유년시절부터 PC, 모바일 등 IT 제품을 가까이 두고 자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없다. 새로운 경험에 합류하는 것을 즐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즐겨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출하는 경향도 있어 트렌드로 인지된 제품이 확산되는 속도도 엄청나다. 전자업계에서 공략해야 할 핵심 소비자층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미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이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게 일고 있다. CE부문의 생활가전 사업부 산하에는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집중 연구·분석을 위한 조직인 '라이프스타일 랩'을 신설했다. 랩은 소비심리학, 컴퓨터공학, 디자인, 마케팅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됐으며, 외부와도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삼성디자인경영센터를 거점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중국 북경, 일본 도쿄 등 전 세계 7곳에 위치한 디자인 센터에서도 '밀레니얼 감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연구 결과는 모바일부터 생활가전까지 전방위적인 제품군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온 가족이 쓰는 생활가전은 보수적 트렌드를 가지고 있었지만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단체활동은 싫어하지만 연결성은 필요하고, 개별 취향이 중요시된 모든 제품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했다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패밀리허브'나 '에어드레서'가 대표적인 예다. 패밀리허브는 인공지능 플랫폼 '뉴 빅스비'를 통해 홈 IoT 허브로서의 역할이 강조된 제품이다. 에어드레서는 삼성물산의 의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옷 관리법을 소개하는 '마이클로짓'을 제공하는 등 밀레니얼 세대를 집중 공략한 기능이 탑재됐다. 개개인의 음식 취향을 고려해 한번에 여러가지 오븐 요리를 할 수 있는 '듀얼 퓨얼 프로레인지'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제품 하나로 가스레인지, 인덕션, 오븐 등이 모두 가능하다. 
 
2019년형 삼성 큐브 신제품.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컬러 에디션이 출시됐다. 사진/삼성전자
 
디자인이나 색상 측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삼성전자 최근 선보인 빌트인 가전 패키지 '투스칸 스테인리스'는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풍요로운 자연과 흙이 지닌 감성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됐으며, 브라운 계열 색상을 가미하고 반무광으로 처리해 메탈 소재가 주는 차가운 느낌을 덜어냈다. 지난달 출시된 2019년형 공기청정기 '삼성 큐브' 신제품에는 밀레니얼 세대의 선호도를 반영한 △프라임 핑크 △피치 오렌지 △세이지 블루 △콰이어트 그레이 등의 색상이 추가됐다. 삼성전자는 미세한 가루 입자를 제품 표면에 고르게 도포해 색을 입히는 분체도장 방식을 사용해 발색과 내구성을 높였고, 2가지 이상의 색과 서로 다른 크기의 입자를 섞어서 작업하는 방식을 적용해 깊이 있는 질감까지 표현했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과 IT·모바일(IM) 등 소비자 접점에 있는 사업부의 부문장들이 대외적인 자리에서 '밀레니얼'을 언급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사장)은 지난해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 IFA 2018에서 "우리가 개발하는 제품의 70%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보고 있다"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제품 개발 및 기획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밀레니얼 세대의 생활습관과 소비패턴 등에 주목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고동진 IM부문장(사장)도 "고가폰이 아닌 중가폰이나 저가폰에도 첨단기술을 먼저 넣는 방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에 삼성전자가 밀레니얼 세대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브랜드 1000여개에 대한 선호도 조사에서 삼성전자는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유니버섬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기업' 조사 결과에서는 공학·정보기술(IT)전공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일하고 싶은 글로벌 기업 1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그 시기의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있는 세대를 항상 연구해왔고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과는 아주 다른 큰 특성들을 가지고 있어서 강조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첨단기술을 적용해 시장을 바꿨다는 인상이 밀레니얼 세대들에 작용하면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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