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연초부터 상승세를 탔던 코스피에 제동이 걸렸다. 기업이익 하락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미정상회담마저 아쉬운 결과로 마무리돼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주 시장 역시 국내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는 2120~2200선을 기록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완화적 스탠스와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에 주식시장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주요 경기지표 둔화와 한국 기업의 실적 둔화, 밸류에이션 부담 등은 지수 상승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 대한 고민으로 이번주 시장은 지수 중심의 접근보다는 종목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중국 관련 소비주, 미세먼지, 바이오 등 테마·이슈가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은 전년(142조원)보다 14% 감소한 122조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가격 급락과 재고 부담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대형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감익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년보다 이익이 22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더멘탈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한 모멘텀이 없어 투자심리도 얼어붙고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펀더멘탈 개선이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 이벤트와 유동성 기대감에 올랐지만 이제 대부분 소멸된 상태”라며 “실망스러운 북미회담 결과로 FOMC(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회의 이전까지는 관망하자는 심리가 지배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안도랠리를 위협하는 주가 되돌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G2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경계론, 반도체 업황회복을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주 국내 증시는 하방 지지를 시험하는 주가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불안감이 확대될 수 있는 시점”이라면서도 “이익 사이클 지표의 저점 통과와 안전자산 선호도 확대가 예상돼 단기 조정 후 상승에 대한 기대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3분기 주목해야 할 이슈는 선진국들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지속될 지 여부다. 유럽중앙은행(ECB)는 지난 7일 통화정책회의를 통해 양적완화(QE) 종료 한달 만에 새로운 TLTRO(장기대출특정프로그램) 추진을 시사하는 등 완화 정책 의지를 내보였다. 오는 20일에는 FOMC 회의도 예정돼 있다. 현재 시장은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추가로 단행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상황이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대비 신흥국 유동성 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