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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영화 ‘돈’ 류준열, 될 성 부른 떡잎 3박자
데뷔 이후 첫 주연급 출연작…“또래 고민 담겨 흥미로웠다”
“나도 그랬었나…돈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에 뒤돌아본 계기”
2019-03-12 00:00:00 2019-03-1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불과 5년 만에 배우 류준열은 충무로 최고의 우량주로 성장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실제 양아치를 캐스팅했단 루머까지 만들어 낸 류준열이었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빠르고 화려한 대사 처리가 압권이었다. 이 영화 개봉 이후 류준열은 단 번에 충무로 최고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무명에 가까운 신인 시절도 지냈다. 단 한 작품으로 신데렐라가 됐다고 여겨질 수 있다. 1년 동안 여러 단편 영화를 경험하며 내공을 쌓아갔다. 그리고 이듬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최근 100억대가 넘는 블록버스터 뺑반주인공도 경험했다. 또래 배우와 또래 경력을 지닌 연기자 가운데 이례적인 캐스팅이었다. 물론 충무로 관계자들은 그의 될 성 부른 떡잎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사실 따지고 보면 류준열 본인의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기 보단 타고난 재능도 한 몫 했다. 물론 재능만 있다고 될 것은 아니다. 류준열은 재능과 노력 그리고 배우로서의 확고한 개성 3박자가 균형감을 이뤄낸 노력의 산물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것을 말해 준다. 본인만의 영화적 세계관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영화 은 완벽한 터닝포인트가 될 작품이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언론 시사회 이후 바로 다음 날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류준열과 만났다. 올해 영화 뺑반으로 만난 지 불과 한 달 여 만에 다시 만났다. 그 역시 쑥스러운 듯 웃는다. 워낙 짧은 시간 동안에 새로운 작품으로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하게 됐다. 배우들의 작품 소화 스케줄 평균으로만 봐도 이례적임은 분명하다. 이건 쉽게 말해서 지금 충무로에 가장 잘 팔리는 배우가 류준열이란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다.
 
하하하, 과찬 이세요. 제 나이 또래 배우가 지금 얼마 없나 봐요(웃음). 제가 능력이 출중하다기 보단 제가 싼 맛에 쓰시는 거겠죠. 하하하. ‘은 촬영한지 좀 된 영화에요. 주연급은 앞서 개봉한 뺑반이나 독전보다도 먼저였죠. 두 작품보다 캐스팅 제안이나 촬영도 먼저 했어요. 처음 시나리오 보고 그냥 연기하고 싶다’ ‘나랑 비슷한 또래의 고민인데이런 공통점이 보였어요. 특히나 돈에 대한 고민, 누구라도 공감이 될 듯싶었죠.”
 
이 영화가 기획 당시에는 상당히 위험한 요소가 많았다. 우선 류준열 역시 한 참 주가를 높이던 신인이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티켓 파워가 문제였다. 자칫 거대 자본이 들어간 영화 한 편의 성공 여부에 위험도만 가중될 뿐이었다. 연출을 맡은 박누리 감독 역시 데뷔작이다. 더욱이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에서 여성 연출자에 대한 인지도 역시 두텁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놀라워요. 우선 감독님이 절 원하신 게 놀랍죠. 투자나 제작 쪽에서 분명히 리스크가 큰 지점이 많은데. 그럼에도 절 밀어 붙여 주셨죠. 저 역시 지금은 작품 선택 기준에서 감독님의 전 작품을 제가 재미있게 봤는가를 좀 봐요. 근데 감독님이 데뷔작이잖아요. 당시에 감독님과 만나서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애기가 통하는 점이 많았죠. 이런 분과 같이 힘을 내서 작품 하나 만들면 정말 기억에 많이 남겠다 싶었어요.”
 
류준열은 열정이 많고 뜨겁기로 소문난 배우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당시에도 소속사가 없이 홀로 현장을 뛰어다녔다. 지금이야 굴지의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배우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는 자세로도 유명하다. 작품 한 편에 장면 하나에 소중함을 아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럼에도 유독 그는 이번 영화 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게 다가오는 듯 했다. 우선 주제 의식과 함께 세상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인 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 방식 때문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쉽게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고 하지 않던 소재다.
 
지금 우리의 사회 풍조가 그렇잖아요. 돈이 사람 위에 있다고. 돈 때문에 벌어지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사건이나 사고가 뉴스를 통해서 많이 보도되면서 이런 인식이 더욱 확산되고 퍼지고 무뎌진 것 같기도 해요. 이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부분을 좀 경계하자는 자세를 유지했었죠. 저 자신도 나도 그랬었나라고 많이 돌아봤고요. 물론 오락 영화이니 무겁게 가는 것도 경계했어요. 다만 난 어떻게 살고 있는거지?’란 질문은 지켜갔죠.”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돈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 그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됐던 시간이었다. 물론 영화 한 편을 준비하면서 배우로서 경험하고 느끼고 되새김질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직접적인 방식의 영화 촬영은 분명히 달랐다. 정서적인 지점에서 그런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장치적인 부분까지 습득해야 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남달랐다. 우선 주식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정말 생소했죠. 하하하. 제가 연기한 조일현이 주식 브로커이니 주식 자체를 알아야죠. 근데 전 그쪽에는 문외한 이거든요. 우선 공부도 하고 실제 투자도 해봤어요. 투자라기 보단 영화 준비를 위한 경험 수준이었죠. 수익은 묻지 말아 주세요. 하하하. 제 표정으로 아시겠죠(웃음). 실제 주식 브로커 분도 만나봤고 여의도 회사도 찾아가서 봤어요. 영화와는 달리 아주 차분하고 조용하더라고요. 우린 영화이니 좀 극적인 양념이 필요했던 거고요.”
 
영화 은 주식 관련 내용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류준열처럼 금융 지식이 부족하면 애를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의 흐름과 스토리 이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간결하고 군살이 없다. 배우들과 감독 모두가 이런 점을 고려해 많은 대화를 통해 장면의 간결함을 최우선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런 점은 류준열과 함께 유지태 조우진 등 충무로 최고의 스타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전 정말 숟가락만 얹은 기분이었어요. 하하하. 지태 선배님은 출연하셨던 영화를 보면서 제가 수업을 들었던 분이에요. 저한텐 그냥 엄청난 스타죠. 그런 분과 함께 연기를 하는데 이게 꿈이야란 생각도 들었으니. 우진 형은 저하고 너무 호흡이 잘 맞았어요. 나이도 저보다 훨씬 많으신데 언제나 저에게 이건 어떠냐’ ‘이렇게 해볼까라면서 먼저 제안을 해주실 정도였죠. 진짜 다음 작품에서 꼭 한 번 다시 만나뵙고 싶어요.”
 
정말 주머니 사정이 각박했던 데뷔 초기 시절을 경험했고, 편안하게 주변에 인심을 베풀 수 있을 정도로 조금은 넉넉한 지갑을 갖게 된 현재의 류준열이다. 꼭 영화 의 조일현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의 심정을 연기하면서 실제 자신의 경제적 경험이 녹아 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박장대소를 하는 류준열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며 다시 웃었다.
 
뭐 그때나 지금이나 넉넉하지는 못해요. 하하하. 제가 술 담배도 안하고 운동 좋아하고 별다른 돈 쓰는 취미 생활도 없잖아요. 글쎄요. 예전에도 없으면 없는 데로 살고 있으면 있는 수준에서 제 분수에 맞게 살아왔고. 아버지가 진짜 입버릇처럼 저한테 하신 말씀이 분수에 맞게 살아라이셨거든요. 그건 지금도 철저히 시키고 살고 싶어요. 뭐 데뷔초보다 당연히 돈은 많이 벌죠. 좋아하는 여행 갈 때 비행기 티켓 고민 안하고 살 수 있는 정도 될까요(웃음). 돈에 끌려 다니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도 돈을 쫓는 일은 절대 없을 거에요.”
 
배우 류준열. 사진/쇼박스
 
데뷔작부터 이번 까지 류준열은 언제나 카메라 앞에서 천연덕스러운 모습을 선보여 왔다. 캐릭터에 녹아드는 기술이 탁월하다. 이건 상업 영화 감독들이 류준열을 평가하는 첫 번째 덕목이다. 쉽게 말하면 긴장 하지 않는 연기가 그에게 자연스러움을 선사했다. 잠시 생각을 하는 류준열이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는 듯 고개를 숙였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카메라 밖의 제 모습은 사실 보실 기회가 없잖아요. 밖에선 굉장히 떨고 초조해 합니다(웃음). 근데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선 안 떨려요. 너무 즐겁고 재미가 있어요. 전 이상하게 상황이 극한으로 가면 더 안 떨고 재미가 있더라고요. 촬영을 위해 빌린 가게를 5분 뒤에 비워줘야 되요. 근데 아직 찍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그럼 전 더 집중이 잘 되요. 하하하. 묘하죠. 이게 성격인가. 아니면 돈에 무감각해서 인가. 당분간은 우리 끌고 다녀야 하는데.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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