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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넥스 키운다더니...투자경고종목 수두룩?
6개 중 1개꼴 투자경고종목 지정… 코스닥의 2배
거래소 "벤치마크 없어 코스닥지수 기준 적용 탓"
2019-03-18 06:00:00 2019-03-18 07:39:42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지난 1년간 코넥스 상장사들이 6개 종목당 하나꼴로 투자경고종목 지정대상이 됐다. 거래량이 적은 코넥스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코스닥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넥스 활성화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허술한 시장체계가 드러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코넥스 기업이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를 받은 건수는 34건으로, 중복 건수를 제외하면 26개사가 해당된다. 코넥스 시장 전체 상장종목이 151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6개사 중 1개 꼴로 투자경고종목 지정 대상에 오른 것이다. 
 
1267개 기업이 상장해 있는 코스닥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 88개 기업이 95건의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를 받았다. 코스닥 기업들이 투자경고종목을 받는 비중은 전체의 7% 수준인데 비해 코넥스 시장은 그 두 배에 달한 것이다. 
 
거래소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는 것은 특정 종목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경우 투자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일정 기간 동안 주가가 급등할 때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종목-투자위험종목' 순으로 시장경보종목을 지정한다. 
 
1주 거래에도 거래제한폭 수준 급등
 
투자경고종목(지정예고 포함)을 지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주가 상승'이다. 특정일을 기준으로 이전보다 주가가 급등한 경우를 일컫는데 △단기급등(5일 전 종가 대비 60% 이상 상승) △중장기 급등(15일 전 종가보다 100% 이상 상승) △최근 15일 중 5일 이상 투자주의종목 반복 지정 및 당일 종가가 15일 전 종가보다 75% 이상 상승 등으로 구분한다. 이밖에 주가 급등과 함께 특정계좌에 거래가 집중되는 경우도 '단·중기 상승 및 불건전요건'에 해당돼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를 받는다.
 
현재 거래소는 이 기준을 코넥스와 코스닥 시장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서만 코넥스에서 14건의 투자경고종목 지정예고 공시가 올라왔다. 
 
문제는 코넥스 시장의 경우 평소 거래가 거의 없는 종목이 많아 단 1주만 거래해도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이 며칠간 반복되면 투자경고종목이 될 수 있다. 소량의 거래로도 주가가 가격제한폭인 15%까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엘리비젼의 사례를 살펴보면, 1월28일 주가는 전일 대비 14.77% 상승해 상한가로 마감했다. 이날 실제 거래량은 1주에 불과했다. 리메드의 경우 2월19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4.29% 올랐으나 실제 거래량은 역시 1주였다. 이러한 상황은 2월27일에도 반복됐다. 
 
거래량이 적다보니 하루 동안 거래가 아예 없어도 그날 매수호가로 나온 가격으로 마감해 주가가 급등할 수도 있다. 만약 그 호가가 상한가라면 그날은 기세상한가로 마감하는 것이다. 거래량이 많은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비해 극소량 거래만으로도 단기간 내 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것. 
 
 
코넥스 종목에 코스닥 지수 상승률 기준 적용
 
또 다른 문제는 코넥스 주가 상승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코스닥 지수 상승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소는 투자경고종목 지정사유에 '5일간의 주가상승률이 같은 기간 코스닥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의 5배 이상'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최근 엘리비젼,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옐로페이 등은 이에 해당해 투자경고종목에 지정된 바 있다. 
 
거래소는 코넥스의 벤치마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코스닥지수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넥스는 거래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소수의 매매에도 주가가 움직인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이어 "그래도 종목의 변화와 전체 시장상황을 비교하기 위해 '주가지수'가 필요한데, 코넥스는 지수가 없다보니 기존 주가지수를 쓰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연관성은 떨어지지만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지수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넥스 기업들로서는 코스닥 시장과 사정이 다름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억울하기만 하다. 한 코넥스 상장사 대표는 "주가가 단기간에 오를 경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거래소에서 조치를 취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거래량 1~2주로 주가가 급등한 것 때문에 이렇게 투자경고종목에 오르게 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대응할 방법이 없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이 적은 코넥스 시장의 특성을 감안할 때 유연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넥스에서 투자유의종목 지정예고를 받은 기업의 숫자는 작지만 전체 시장에 비교해보면 비율이 큰 편인데, 이런 경우 적용 기준을 다시 세팅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며 "변동성이 큰 것은 코넥스의 특성이기도 한데, 지나치게 많은 종목이 투자유의종목 대상에 올랐다면 이에 대해 유연한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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