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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이사회’ 시대 도래)‘강한 이사회’ 출범···‘국민의 기업’ 향한 마지막 축 맞춘다
2019-03-18 07:00:00 2019-03-18 07:11:06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강한 이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외이사들의 권한 강화.”
 
2019년 재계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올해 주주총회 트렌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주총에서는 총수 겸직 정관을 변경해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는 재계 3·4세 오너들이 경영권 전면에 나선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고 우정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지난 1992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창업주가 일으킨 기업은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20~30%를 증자를 단행할 때마다 총수들이 주식을 내놓으면서 지분율이 떨어지고, 총수가 죽으면 70~80%의 상속세를 나간다”면서 “2세, 3세 경영인들이 나올 무렵에는 대기업은 ‘국민의 기업’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기간을 30년으로 예측했다. 올해는 그가 말한 30년에 근접하는 해로 대기업 오너의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오롱은 아들 이웅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양재동 기아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한우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계 전문가들은 기업이 선진화 된 경영체제를 갖추려면 세 가지 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오너 기업인과 전문 경영인, 그리고 이사회다. 글로벌 대기업에서 일하는 전문경영인들은 경주마와 같이 한 방향(담당 사업분야)에 매진한다. 따라서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 부문간 충돌과 갈등을 야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총수와 ‘대표이사’라는 역할 대신 전략·운영 책임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한다. 전문 경영인들간 시각 차와 그룹의 미래를 한 발 뒤에서 바라보며 중심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너 경영인과 전문경영인들이 만든 전략을 최종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이사회다.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일임하고 그들의 수를 대폭 늘린다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내부 임원들이 보지 못하는 시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4대그룹 고위 임원은 “최근의 흐름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칙에 한발 더 나아간다는 측면으로 봐야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기업 경영에 있어 이사회의 권한은 더욱 커지고, 사외이사의 목소리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제되어야 할 점은 지금까지와 다른 결정권한을 갖는 만큼 사외이사들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4대 그룹 관계자는 “거수기·퇴임 후 예우 차원의 인사라는 논란을 빚은 원인 가운데 하나는 결국 사외이사들의 잘못도 있지 않겠는가”라면서 “소속 기업을 공부하고, 임직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회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외이사들이 임기 만료후 회사측이 정보를 제공하는데 소극적이었다고 불만을 나타내곤 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유지수 국민대학교 총장은 “사외이사들이 회사를 좀 더 많이 알고 싶다고 정 회장에게 요청하자 전 세계 사업장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줬다”고 설명했다. 책임있는경영자라면 사외이사의 정당한 요구에 언제라도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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