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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국민연금, 지주회사화 우려…독립성 훼손 방지 장치 필요"
일본·캐나다·미국·네덜란드 등 해외 사례 비교
2019-03-19 13:05:39 2019-03-19 13:05:43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국민연금의 지나친 주주권 행사가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9일 자산규모 기준 해외 5대 연기금을 대상으로 지배구조와 의결권 행사 방식을 비교한 자료를 발표하며,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에 대한 재고를 촉구했다. 
 
한경연은 국민연금의 현 지배구조가 정부의 과도한 간섭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금년 3월 주총부터 경영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국민연금이 지배구조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는 만큼 3월 주총에서 정부 간섭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준 자산 내 주식보유 비중은 34.8%로, 이중 절반이 국내주식이다. 액수로는 109조원에 해당돼 시가총액의 7% 규모여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게 한경연 측의 설명이다. 네덜란드와 캐나다의 경우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각각 0.5%, 2.4%에 그치며, 일본의 경우 국내주식 비중이 25.3%로 국민연금보다 높지만, 주식의 직접 매매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주식 보유 비중이 국민연금과 비슷한 17.7%이지만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사진/뉴시스
 
기금운용을 담당하는 이사회나 위원회가 정부에 소속돼 있다는 점도 정부와의 유착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본·캐나다·미국·네덜란드 등의 해외 기금운용 기관의 경우 자체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한 뒤 외부 전문기관에 의결권 행사를 위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의결권뿐만 아니라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모두 위탁운용사에 위임했고, 이들 위탁운용사들은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기준을 정한 뒤 의결권 행사 결과를 연기금에 정기적으로 보고한다.
 
기금운용이사회에 현직 장·차관이 참여하는 형태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됐다. 한경연은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위원 20명 중 5명이 현직 장·차관이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도 당연직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기금운용 결정 과정에서 정부 입김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캐나다·네덜란드는 이사회 내에 정부인사가 전혀 없고 모두 경제·금융, 연기금 전문가이거나 기금을 조성하는 사용자·노동자 대표로 구성된다. 미국의 경우 캘퍼스는 주 공무원과 교육공무원들을 위한 직역연금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로서 주정부인사 4명이 당연직으로 참가한다. 나머지 위원 6명도 가입자들의 선거로 선출되므로 독립성 확보가 가능하다. 
 
한경연은 기금 고갈 현상을 막기 위해 법·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미국 캘리포니아주 정부가 기금을 이용해 재정적자를 해소하려 하자 1992년 칼리포니아주 헌법을 개정해 기금운용의 절대적인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사례를 들었다. 캐나다와 네덜란드 연금도 정부의 과도한 간섭을 막기위해 별도의 공사를 설립하거나 위원회를 민영화시켜 완전히 독립된 지배구조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제외한 해외 대형 연기금들이 의결권행사 외부에 위임하고 있다"며 "기금 고갈 위기를 막기 위해 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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