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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ABC)대기업이 암호화폐 발행하는 '리버스 ICO'
기존 플랫폼과 서비스에 블록체인 접목…네이버코인·카카오코인도 나올까?
2019-03-21 17:44:02 2019-03-21 17:53:4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때 뜨거웠던 '암호화폐공개(ICO)' 열풍은 이제 차갑게 식었습니다.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여기엔 정부의 ICO 금지 방침도 한몫 했습니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정부는 ICO를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ICO는 투자 위험성이 큽니다. 스타트업이나 신생기업이 내놓은 백서에서 사업 아이디어와 계획서만을 보고 투자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ICO 허용 방침을 정부에 권고했지만,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국회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전제했습니다.
 
'리버스(Reverse) ICO'가 주목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ICO의 '묻지마 투자' 위험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리버스 ICO는 이미 상용화된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리버스 ICO, 그러니까 이미 벤처캐피탈(VC)을 통해 투자를 받은 유력 스타트업이나 상장한 대기업들의 ICO이기 때문에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는 ICO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업성 검증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할까요.
 
전 세계 2억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이 성공적인 리버스 ICO 사례로 꼽힙니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초 '그램'이란 암호화폐를 발행하면서 17억달러(약 1조9172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텔레그램이 당초 목표했던 금액을 훨씬 웃돈 규모라 화제가 됐습니다. 일본의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도 지난해 2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약 91억달러(10조2629억원)에 달하는 자사 고객 포인트를 '라쿠텐 코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텔레그램이나 라쿠텐 같은 대기업들이 기존 플랫폼과 서비스에서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일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에 따라 자연히 리버스 ICO도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가 지난 19일 간담회를 열고 오는 6월 메인넷 출시를 밝혔다. 사진/카카오
 
국내에서도 대기업의 암호화폐 발행 소문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양대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회사들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코인, 카카오코인에 대한 소문이 꾸준히 흘려나오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도 카카오가 자사 암호화폐로 카카오코인을 발행하고 카카오톡에 암호화폐 지갑을 탑재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카카오 측은 암호화폐 지갑 탑재에 대해서 "블록체인 사업 확장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자사 암호화폐 발행에 대해서는 "카카오 본사 차원의 암호화폐 발행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카카오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클레이'란 암호화폐를 발행합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좋지 않고 정부가 ICO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가 직접 암호화폐를 발행하는 일은 부담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향후 플랫폼 생태계를 키우고 서비스 활용도, 사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데 암호화폐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리버스 ICO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한 탈중앙화 가치를 희석시킨다는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유용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 대기업에 여전히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플랫폼이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상장기업의 경우,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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