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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 막 오른 정의선 시대, 미래차 기업 전환 박차
2019-03-22 16:13:20 2019-03-22 16:13:2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에 이어 20년 만에 정 부회장이 실권을 장악하게 되면서 현대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를 넘어 차세대 미래형 자동차 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장손인 정 부회장은 지난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경영에 입문했다.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 겸 기아차 기획실장(부사장) 자리에 오른 정 부회장은 2005년 3월 기아차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경영능력을 시험 받았다.
 
1998년 부도로 쓰러진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됐지만 여전히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에 정 부회장은 폭스바겐 총괄디자이너 출신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했다. 기아차를 상징하는 패밀리룩 ‘호랑이코’ 그릴 도입이 슈라이어 영입에 따른 결과물이다. 디자인으로 현대차와의 차별화를 선언한 정 부회장의 전략은 주효했고, 2008년 기아차는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했다.
 
정 부회장의 실력 위주 외부 인재 영입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2015년 4월에는 BMW에서 30년간 고성능 차 개발을 담당한 알버트 비어만이 합류했다. 벤틀리 수석디자이너 출신의 루크 동커볼케 현대·기아차 디자인 최고책임자(CDO),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사업부장, BMW 출신의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전략본부장 등 최근 중용된 글로벌 인재 영입에도 정 부회장의 노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22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사진/뉴시스
 
2009년 8월 현대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취임한 정 부회장은 현대차의 고급화 및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힘썼다. 현대차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제네시스의 출범을 이끈 것이 정 부회장이다. 제네시스는 미국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2017 신차품질조사’에서 미국·유럽·일본 등 13개 럭셔리 브랜드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력셔리 세단 ‘G90’ ‘G80’ ‘G70’를 출시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승용 라인업을 완성했다.
 
정 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겸손하다’, ‘배려심이 많다’, ‘책임감이 강하다’ 등 긍정적인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은 임직원과의 소통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일환으로 올 3월부터는 사내 완전 자율복장 제도를 시행했다. 부사장 시절에는 직원의 상가(喪家)를 방문해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명실상부 대표 자리에 오른 정 부회장에게 닥친 숙제는 내연기관인 자동차 기업을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미래차 개발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수소연료전지차(FCEV) 개발을 직접 지휘하면서 2013년 투싼 FCEV를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해는 FCEV 전용차인 넥쏘를 론칭하는 등 수소차 시장을 개척했다. 지난해 9월 인도에서 열린 '무브 글로벌 모빌리티 서밋'의 기조연설에서는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현재 3%(13만5000대)에서 2025년 16%(103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 중 수소차는 지난해 3000대에서 2030년 50만대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이 빠르게 바뀔 것”이라며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한 정 부회장의 광폭 행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준형 기자 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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