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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중재도 거부한 BGF리테일
19일 박홍근·우원식·이학영 의원과 대표 면담했지만 점주 협상은 불발
점주들 "실효성 없는 가맹계약서 개정" 비판…"GS리테일·세븐일레븐처럼 점주 이익 개선안 담겨야"
2019-03-24 08:07:21 2019-03-25 10:28:58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CU 편의점주와 BGF리테일(282330) 본사 간 갈등 중재를 시도했지만 본사가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점주들은 희망폐업 제도화와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 부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본사는 직접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협상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대화 의지의 신뢰성마저 훼손되는 상황이다.
 
24일 CU편의점주협의회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가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전·현직 위원장인 박홍근·우원식·이학영 의원과 면담했다. 지난해 12월 을지로위원회의 BGF리테일 본사 방문에 따른 답방으로, 4개월 넘게 진행 중인 점주들의 노숙농성을 풀기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자리였다.
 
CU편의점주협의회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적용할 상생안 도출을 위해 본사와 논의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본사가 차일피일 논의를 미루거나 협상안을 내지 않는 등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자 논의가 계속되기 힘들다고 판단한 협의회는 본사의 적극적인 협상을 촉구하기 위해 11월29일부터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CU가맹점주협의회 농성장에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표 방문 자리에서 의원들은 점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안을 본사가 제시하는 안을 제안했다. 점주들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 부담이 어렵다면 매출증대 등 점주 이익이 늘어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통해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취지다. 또 국회가 중립적인 입장에서 논의를 시도하는 3자 테이블 협상도 제안했지만 본사는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협의회와의 논의를 사실상 거부하는 상황에서도 본사는 가맹계약서 개정 방침을 발표하며 가맹점주 운영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하반기 주요 편의점 본사가 합의한 자율규약 내용을 반영해 영업위약금 감면기준과 명절 등 경조사 휴무 등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기존 최저수익보장 기간 1년을 2년으로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점주들은 본사의 가맹계약서 개정이 실효성 없는 조치라고 보고 있다. 영업위약금은 매출 부진으로 폐점하는 경우 이미 일부 감면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조사 휴무 역시 작년에 이미 본사와 협의회 간 합의를 도출했지만 유명무실해진 바 있다. 최저수익보장 기간 연장은 개점 3년 이상의 대부분 편의점은 혜택을 볼 수 없다. 
 
점주들은 국회가 본사에 제안한 수익증대안이 나올 경우 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은 점주 이익배분율을 8%포인트(p) 높여 점주들 이익률을 큰 폭으로 개선한 상생안을 내놔 주목받았다. 이후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역시 사실상 가맹수수료를 5%p 낮춘 안을 발표한 데 비해 BGF리테일이 발표한 가맹계약서 개정안에는 실질적인 점주 이익 증대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희망폐업 역시 점주들은 최소한 GS리테일이 내놓은 △매출부진에 따라 영업위약금 전면폐지 △이익배분율 수준으로 점포시설 잔존가 본사 부담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편의점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지속 가능성이 낮은 점포 정리를 본사가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회의 중재 시도가 불발되면서 100일 넘게 진행 중인 점주들의 노숙농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본사는 국회와 언론에 상생협약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시간끌기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점주들의 절박한 사정을 감안해 지금이라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이미 수백억원 수준의 상생지원금이 발생하고 있어 더 이상의 단순 지원방식은 어렵다"며 "가맹점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춰 협의회와 함께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윤성(오른쪽 세 번째) 편의점산업협회장이 작년 1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근거리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규약' 선포식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은용 씨스페이스 대표이사, 심관섭 한국미니스톱 대표이사,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이사,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장,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김성영 이마트24 대표이사.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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