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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쌈박질’ 배급이다”
영화 시장, 수직계열화-스크린 독과점 넘어선 ‘진짜 문제’ 거론
2019-03-27 17:08:34 2019-03-27 17:08:34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대기업 수직계열화, 스크린 독과점. 영화계의 해묵은 난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 이후 영화인이 중심이 된 반독과점 영화대책위원회(영대위)는 그의 CJ ENM 사외이사 경력을 두고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밝히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자는 이 두 문제에 대해 영화계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관심을 두고 풀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미 이 두 가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숙제가 아니다. 하지만 박 후보자의 장관 지명 이후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현 도종환 장관이 이 두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해결을 추진해 나갔지만 결과적으로 후임 장관에게 숙제를 넘겨주게 됐다. 그럼 시장에선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을 어떻게 갖고 있을까. 사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에 대한 논리로 접근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달걀이 먼저 있으니 닭이 있다는 개념으로 풀어갈 수도 있을 듯하다. 시장 자체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영화인 중심 영대위의견과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는 탓에 모든 관계자들이 익명을 요구했다.
 
 
 
배급 논리가 가장 큰 현실
 
지난 해 겨울 시즌이다. 100억대가 넘는 한국영화 세 편이 한 번에 몰렸다. 일주일 간격으로 스윙키즈’ ‘마약왕그리고 ‘PMC: 더 벙커가 개봉했다. 연말 성수기를 놓칠 수 없는 각 투자 배급사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하지만 한정된 박스(관객 규모)를 두고 블록버스터 세 편이 몰린 탓에 과부하가 걸렸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듯이 처절한 동반 참패였다. 이런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3월 극장가에서 재연됐다.
 
영화 ’ ‘악질경찰’ ‘우상세 편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이들 세 편 모두 100억대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입됐다. 지난 해 겨울 시즌과 다소 분위기가 다른 것이라면 3월은 영화계에서 철저한 비수기 시즌으로 분류된 단 점이다. 더욱이 몇 년 전부터 3~4월 극장가는 마블 영화의 개봉 시기로 자리를 굳혀갔다. 결과적으로 한국영화가 절대적으로 피해가야 할 시기로 인식돼 있었다. 이달 캡틴 마블이 개봉해 5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다음 달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공개된다. 극장가 흥행 폭탄이 예고돼 있다.
 
27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한 영화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세 편의 한국영화가 몰린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세 편 모두 관객 동원력에서 압도적인 킬링 포인트를 갖고 있는 작품들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틈새 시장을 노린 타깃형 작품이다. 이런 결정을 한 배급 전략이 무엇인지 나 역시 궁금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앞선 두 가지 난제 해결 방안으로 배급 조율혹은 배급에 대한 시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배급 논의 체계 필요
 
단순하게 배급 관계자들의 의견으로는 성수기’ ‘비수기자체의 구분이 없어졌단 게 중론이었다. 시장 상황으론 논리적으로 성수기는 겨울과 여름 그리고 연휴 시즌이다. 관객들이 몰릴 타이밍이 마련된 시기다. 반면 비수기는 그 외의 시기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전부터 이 시기가 딱히 구분이 없어졌단 것이다.
 
한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겨울 극장가만 봐도 성수기라고 할 것이 있었나라면서 영화 자체, 즉 콘텐츠의 완성도 혹은 재미에 따라서 성수기 비수기를 나눈다는 게 맞는 말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멀티플렉스 관계자 역시 전화통화에서 극장 입장에서도 성수기 비수기 시즌이 구분이 없어진 것 같다면서 영화 자체의 입소문에 따라서 관객이 몰리고 또 그 반대의 현상도 나타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에 대해 마블 영화의 영향력을 꼽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시장이 느끼는 비수기는 3월과 4월이었다. 하지만 3마블 솔로’ 4어벤져스배급이 굳혀지면서 이 시기도 성수기로 변화됐다. 국내 틈새 시장을 노린 마블의 배급 전략이란 시각도 있지만 아니다란 대답이 정답이다.
 
마블의 국내 홍보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마블은 월드와이드 배급이다. 국내 시장 상황을 계산해서 배급을 하진 않는다면서 “3~4월이 국내 영화 시장에선 비수기이지만 미국 시장에선 성수기에 해당한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영화 시장에도 영향력을 미쳤다. 암묵적으로 이 시기를 기다리는 관객들의 성향이 구축된 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성수기와 비수기 시즌을 나누는 각 투자 배급사의 전략은 이제 무의미해졌다고 봐도 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시장 선점을 노리는 배급 전략은 결과적으로 제살 깎아 먹기 밖에 안 된다. 진짜 공생을 위한 각 투자 배급사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한다. 스크린 독과점-대기업 수직계열화도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진짜 시장 자체 안정화를 위해서라면 지금의 집안 싸움 같은 배급 논리는 더 큰 문제만 만들어 낼 뿐이다. 결과적으로 대작 한국 영화들의 쌈박질에 작은 영화(다양성 영화)들은 더 설 자리만 잃어갈 뿐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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