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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2차전지’, 철강 잇는 신성장 사업 육성
2019-03-28 14:55:23 2019-03-28 14:55:23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스코가 주력사업인 철강을 넘어 미래 신수종 사업인 ‘2차전지 소재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100대 개혁과제’ 실천과 미래 먹거리 발굴·육성 등 100년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마련했다. 우선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등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특히 신성장부문은 그룹 차원에서 중점 추진하고 있는 2차전지 소재사업 등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육성을 맡는다.
 
신설되는 신성장부문장에는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전문성을 보유한 인재를 중용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오규석 전 대림산업 사장을 영입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미래 도약과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 등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 2023년까지 철강사업에 26조원,미래 신성장 사업에 10조원, 에너지 인프라 등 그룹사 주요역량 강화에 9조원 등 총 45조원을 투자하고, 2만명을 고용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지난해 11월8일 포스코켐텍 음극재1공장 종합준공식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미래 신성장 사업은 2차전지 소재 부문의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본격 양산체제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리튬 추출 기술 효율화와 이에 따른 공장 신설을 추진하며, 국내외 양극재 공장 건설에 속도를 높이고 석탄을 활용한 탄소 소재 및 인조 흑연 음극재 공장 신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회사를 통합해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측면에서의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며 “2030년 포스코의 에너지 소재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고 연간 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에서 생산해왔는데, 포스코켐텍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룹 에너지 소재사업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그룹내 포스코ESM을 1대0.2172865 비율로 합병을 결정하고 사명을 포스코케미칼로 변경했다. 포스코케미칼은 양·음극재 각 사업조직을 에너지소재사업본부로 일원화하고, 산하에 에너지소재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단계적으로 통합 작업을 추진해 사업과 인력을 차질 없이 융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합병을 통해 그룹내 음극재와 양극재 사업 통합으로 R&D 역량을 결집해 차세대 시장 선도형 제품 개발을 본격화하는 한편, 연구개발 효율화로 비용절감, 통합 마케팅을 통한 판매확대 추진 등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음극재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단계적으로 늘려 2021년에는 국내 양·음극재 사업에서 매출 1조4000억원 이상을 거두는 글로벌 에너지 소재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해 11월 세종시에서 2차전지 음극재 1공장의 준공식과 함께 2공장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음극재 생산라인 확대에 착수했다. 이날 종합 준공한 1공장은 지난 2011년 1호기 준공 이후 꾸준한 국내외 고객사의 수요증대로 총 6차에 걸친 설비증설을 통해 연산 2만4000톤의 음극재를 생산한다.
 
포스코케미칼이 새롭게 착공하는 2공장은 축구장 9개 크기인 6만6087㎡의 면적으로 1공장이 인접한 세종시 첨단산업단지 내에 위치한다. 올 하반기까지 1단계인 4개의 생산라인을 완공해 연산 2만톤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2021년까지 총 10개의 생산라인을 순차적으로 증설해 연산 5만톤 규모로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2공장은 포스코그룹이 제조, 건설, ICT 역량을 결집해 스마트팩토리로 건설함으로써 생산설비고장을 사전에 예방해 돌발 상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높은 생산성과 안정된 품질이 가능해 글로벌 2차전지 소재시장에서 최상의 고객만족을 가져 올 전망이다.포스코케미칼은 2공장 건설이 모두 완료되면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1공장 9개 라인과 함께 연간 총 7만4000톤의 음극재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는 30kw급 전기자동차 배터리 약 27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지난 8월에는 호주 갤럭시리소스의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를 2억8000만 달러(약 3120억원)에 인수했다. 최 회장 취임 후 이뤄진 첫 번째 대규모 투자다. 포스코가 광권을 확보한 염호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호수 북측부분으로, 서울시 면적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7500헥타르(ha) 규모다. 이 염호는 20년간 매년 2만 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염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광권 인수금액은 2억8000만달러다.
 
갤럭시리소스는 1973년도에 설립된 호주 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대표성, 유동성, 거래 용이성 등 면에서 상위 200개 대형 상장사들로 구성된 ‘호주 S&P/ASX 200’에 편입돼 있으며 현재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탐사 및 개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2월과 올해 1월 호주 필바라미네랄스와 계약을 통해 연간 4만톤 광석리튬 생산체제를 확보, 기존에 광권 인수를 완료한 아르헨티나 염호와 함께 2021년부터 연간 6만50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했다. 아르헨티나 염호에 리튬 공장 건설 인허가를 완료하고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리튬직접추출기술을 적용해 2021년부터 리튬을 본격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수산화리튬 및 탄산리튬은 양극재를 만드는 원료로 공급돼 음극재와 함께 포스코 그룹의 2차전지소재 사업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국내 2차전지사에도 리튬 공급을 확대하게 돼 국내 원료수급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당초 염호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리튬사업을 추진했지만 염호 확보가 지연되면서 폐2차전지로부터 인산리튬을 추출해 리튬을 생산하는 기술과 광석인 리튬정광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도 함께 개발해야 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 가지 리튬추출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원료수급 상황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리튬 제조와 관련해 세계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이 주축이 되어 연구개발을 추진한지 2년여 만인 2012년 2월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리튬 추출 기술인 PosLX기술은 기존에 염수를 자연 건조해 최소 12개월이 소요된 반면에 3개월 이내면 리튬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고, 리튬 회수율도 종전 50% 미만에서 80%로 끌어올림으로써 경제성도 뛰어나다.
 
포스코는 상업화를 위한 3단계의 파일럿 플랜트 검증을 마치고 광양에 2017년 2500톤 규모의 PosLX 상업설비를 완공했다. 공장의 본격 가동으로 생산된 탄산리튬은 99.5% 이상의 고순도를 가지며 경쟁사대비 현저하게 낮은 불순물의 함유량으로 고품질의 리튬을 필요로 하는 전기차용 2차전지에 적합한 소재다.
 
또한 포스코는 2010년에 포스코켐텍을 통해 2차전지 소재인 리튬 소재 음극재 제조사업에 진출했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을 겨냥해 2011년 12월 포스코ESM을 설립하고 양극재 사업에 진출했다.
 
양극재는 2차전지 소재 원가의 30%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소재다. 포스코는 용량, 수명 및 안정성을 대폭 개선한 고용량 양극재 PG-NCM을 고유기술로 개발했다. 양극재의 중심부와 표면부의 조성을 다르게 설계해 니켈함량을 80%이상 높인 제품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월 정기이사회에서 중국 화유 코발트와 맺은 전구체1양극재 합작 생산법인 설립계약을 최종 승인했다. 전구체는 양극재 제조의 상공정으로 코발트, 니켈, 망간을 결합해 제조된다. 전구체와 리튬을 결합하면 최종제품인 양극재가 된다.
 
화유는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제조에 필요한 코발트의 50% 가량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기업이며 자체 코발트 광산뿐 아니라 니켈광산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전구체 생산법인은 화유코발트가 6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고 양극재 생산법인은 고유기술을 갖고 있으며, 포스코가 6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되어 각자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도를 갖췄다. 합작법인 공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460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포스코는 3월 삼성SDI와 공동으로 세계최대 리튬생산국인 칠레에 양극재 공장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남미시장에 이차전지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칠레정부는 지난해 부터 자국산업 육성 및 리튬 전방산업 확대를 위해 칠레 염호지역에서의 양극재 사업자를 모집했고 총 12개의 글로벌 기업중 두 차례의 깊이있는 심사를 통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했다.
 
포스코와 삼성SDI는 긴밀한 사업공조를 통해 본 사업의 최종 대상자로 선정돼 양극재 합작 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2021년 하반기부터 연간 3200톤 규모의 전기차용 고용량 양극재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향후 지속적 생산라인을 추가해 사업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양극재 사업에서만 약 4조원의 투자를 통해 30년 약 30만톤의 양극재 생산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음극재 사업 역시 포스코케미칼이 전기자동차와 ESS 등에 2차전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선제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IT기기 등 소형전지부터 전기자동차용 대용량 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는 2차전지 음극재를 생산해 주요 전지사에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포스코케미칼은 인조흑연계 음극재의 사업화도 추진하고 있다. 인조흑연계 음극재는 자회사 피엠씨텍으로부터 침상코크스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데다, 천연계 원료에 비해 배터리 수명을 늘일 수 있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이처럼 음극재와 더불어 침상코크스를 활용하면 고용량, 고품질의 인조흑연 생산이 가능해 관련분야의 사업시너지가 예상된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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