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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전격 사퇴…"금호아시아나그룹서 손뗀다"
2019-03-28 18:53:54 2019-03-28 19:28:31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박 회장은 지난 27일 저녁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난 다음 날인 28일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한다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회계 파문으로 재무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자 책임을 지고 자진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퇴한다. 박 회장이 현재 가진 그룹 내 모든 직함을 내려놓게 됐다. 박 회장의 사퇴 발표는 이날 정오 전격적으로 이뤄져 그룹 관계자들도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광화문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회장은 전날 저녁 이동걸 산은 회장에 긴급 면담을 요청했고, 이 회장이 이에 응해 경영정상화 추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박 회장의 퇴진은 대한항공 주주총회 직후 나온 것이어서 항공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전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 주총에서 이사 연임안 부결로 경영권에 제한을 받는 등 이틀 연속 양대 대형 항공사의 총수들의 퇴진이 이어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와 관련해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그룹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2일 제출기한을 하루 넘겨 공개한 감사보고서에서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한정'을 받아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 여파로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고, 주식시장에서 두 회사의 주식 매매가 22일부터 25일까지 정지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제출을 거부했던 운용리스 항공기 정비 비용, 마일리지 처리 내역, 자회사 비용 등에 관한 재무자료 일체를 넘기고서야 '적정' 감사보고서를 받았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3분의 1 토막나면서 주총 개최일에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박 회장은 29일 예정했던 650억원 규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무산되고, 채권 상환 압박과 신용등급 강등 위기로 내몰리게 되자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를 운영해 그룹의 경영 공백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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