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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그룹 해체까지…금호아시아나 운명 불투명
2019-03-28 18:56:58 2019-03-28 19:29:3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박삼구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28일 박 회장의 퇴진 메일을 받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급히 발표를 할 줄은 몰랐다”면서 “안에 있으니 설마 이정도까지일까 했는데 아시아나항공이 정말로 어려운 상황인 게 체감으로 와 닿는다”고 전했다.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전경. 사진/뉴시스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지속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 공백의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분주하다. 일단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비상위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근시일 내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회장 후보군에 대한 윤곽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상경영체제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국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지원을 결정한다면, 아시아나항공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지는 형태이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이 계열 분리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도 깨어진다. 모태기업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만 남고,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임중인 아시아나IDT도 지분구조가 깨어져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재계 전문가는 “최악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에게 사망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29일 열리는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다. 금호산업의 정기 주주총회에는 박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었다. 해당 안건은 주총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모은 사안으로,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 사태 이후, ‘박삼구 책임론’이 줄곧 불거지는데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다.
 
만약 박 회장이 자리에 연연했다면 안건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호산업 사내이사 연임건은 출석 주주의 지분 50% 이상을 획득하면 가능한데, 금호산업 대주주인 금호고속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약 45%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회장이 퇴진함에 따라 해당 안건은 무의미하게 됐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해당 안건의 의미가 사라지게 됐으며 현재로선 절차적 부분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다. 이번 주총에선 박 회장을 제외한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 박홍석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부사장만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 주총 안건은 특별한 이슈는 없다. 하지만 감사보고서 사태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라, 경영진들에게 퇴진 이상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높다. 주주들은 박 회장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본질적인 책임을 산은에 떠 넘긴채 물러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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