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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동향)한라, 실적 부진 딛고 공공 인프라 수주 '포문'
주택사업 위기로 적자전환…토목 수주로 분위기 반전
2019-04-01 06:00:00 2019-04-01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병가상사’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전쟁터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는 뜻으로 실패하거나 지더라도 낙담하지 말라는 의미다. 사업을 하면서 회사가 위기를 겪거나, 사세가 위축되는 일은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낙담하지 않고 다시 도전해 위기를 넘어서는 일일 것이다.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그룹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은 이후 다시 그룹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심에 건설 계열사인 한라가 있다.
 
정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1979년 35세에 현대양행에서 처음 경영수업을 받았고, 1982년 만도기계 전무이사 자리에 올랐다. 1986년 한라공조 대표이사 사장, 1991년 한라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 한라그룹 총괄 부회장을 맡다가 1997년 1월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회장 취임 1년 만에 무리한 조선사업 추진과 외환위기로 그룹이 해체됐다. 정 회장은 계열사인 한라 회장으로 물러났다가 2008년 만도를 다시 사들였다.
 
정 회장은 만도 인수 이후 2015년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는 ‘한라-만도-한라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던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한라홀딩스를 중심으로 한 수직형 지배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꾸준히 성장한 한라그룹은 2018년 5월 기준 재계순위 41위까지 올랐다. 정 회장은 특히 지난 2017년 한라 보통주 100만주를 우리사주조합 조합원 등에게 증여했다. 당시 종가로 47억원 규모다. 정 회장은 2016년 유상증자에 참여한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100만주 무상증여를 약속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여느 재벌 2세와 다르게 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 회장은 건설회사인 한라가 성장을 거듭하다 지난해 고꾸라진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매출 1조3209억원, 영업이익 5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19.5%, 60.4% 줄어든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466억원 흑자에서 11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 여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라는 주택 및 건축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가 넘는다. 특히 한라는 올 1월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로 328억원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는 한라의 자기자본 대비 8.13% 규모에 해당한다.
 
해마다 수주잔고가 하락하면서 것도 위기 신호도 있다. 2016년 말 3조6476억원을 기록했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조8179억원으로 하락했다. 특히 한라는 해외시장에서 크게 부진한 상태다. 2016년 말 1487억원이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4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 2018년 5216만달러를 수주한 이후 올해 해외 수주액은 전무한 상태다. 국내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주택사업 수익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기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해외사업 확대는 정 회장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올해 연초부터 국내 공공 인프라 부문 수주에 성공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살리고 있다. 한라는 올해 초 김포~파주 고속도로 4공구(1035억원 규모), 현대오일뱅크 선석 부두 축조공사(851.3억원) 등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한라는 그동안 평택항, 목포신항, 울산신항 북항 방파제, 제주 탑동 방파제 등 항만분야에서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으며, 인천국제공항(계류장A-5), 제주공항 활주로 공사, 공군에서 발주한 크고 작은 활주로 포장공사 등 수행하며 공항토목분야에서도 강점을 보여 왔다. 한라는 올해 1조8000억원의 신규 수주 목표를 설정하고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라 본사 외관 모습. 사진/한라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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