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바른미래당이 기소·수사권이 분리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제시한 것을 두고 국민·시민단체·전문가 등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면서 표류를 거듭하던 공수처법이 또다시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6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공수처 관련 설문에서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5.2%로 반대한다는 응답 23.8%보다 우세했고 설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자 322명 가운데 '기소권 없는 공수처'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59.4%로 찬성한다는 응답 27.5%보다 많았다. 보수층·자유한국당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정당 지지층·지역·연령 등에서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는 의견 비율이 반대보다 더 높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수사단이 꾸려진 '김학의 게이트' 사건을 비롯해 대검찰청 진상조사단과 경찰이 각각 조사 중인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버닝썬' 사건 등 우리 사회 권력형 비리가 끊이질 않는 것과 무관치 않다.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 때부터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최근 특권층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사건 등에 대한 국민 분노가 매우 높다. 공수처 설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며 지난 2월에 이어 국회에 조속한 공수처법 통과를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상황은 국민 바람대로 흐르지 않고 있다.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공수처법 등을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바른미래당이 또 다른 권력 비대화가 우려된다며 패스트트랙 선행 조건으로 공수처 설치 시 수사·기소권을 분리한 '수사권만 가지는 공수처'를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민주당은 공수처의 애초 설치 목적과 다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은 지난달 28일 "기소권 없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예방하고 수사하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20년 가까이 끌어온 공수처 설치를 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 여야가 부패척결과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제대로 된 공수처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개혁성향의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바른미래당이 기소권 없는 공수처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 뜻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또 다른 권력이 될 수 있는 여지는 언제든 존재하기 때문에 그 염려는 인정한다"면서도 "바른미래당의 수사·기소권 분리 주장은 애초 법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고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바른미래당 안에 반대한다. 공수처는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남용에 대응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공수처에 두 권한을 동시에 줘야 설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소권 없는 공수처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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