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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4월’ 맞은 이재용 부회장에 그룹의 방향성 달렸다
대법원 상고심 최종선고 앞두고 5G·비메모리 역량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
2019-04-02 00:00:00 2019-04-02 0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운명의 4월을 맞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최종선고가 머지않았다는 관측에 따라서다. 이달에는 삼성전자의 주요 이슈가 밀집돼 있어 이 부회장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가 그룹에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사업으로 손꼽고 있는 5G가 상용화되고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질 갤럭시폴드 출시가 예정돼있다. 이미 삼성전자가 1분기 어닝쇼크를 예고한 상황에서 전사의 먹거리를 책임질 성장 동력도 찾아야 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법원 합의체로 넘어간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선고가 이달 안에 이뤄질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일인 16일 전후 선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8일 이 사건에 대한 세 번째 합의를 열고 쟁점을 정리한 만큼 대법관들 사이에 어느 정도 의견이 모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최종선고에 대한 예고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기를 특정 지을 수는 없지만 세 번째 전원합의까지 마무리된 만큼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정리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으로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 사진/뉴시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이 부회장의 행동반경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부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기흥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중국 시안 반도체 생산라인까지 삼성전자의 사업 현황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또 청와대가 주최한 중소기업 신년회에서 기업인과의 대화, 이낙연 총리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사업장 방문 등에 참석하며 활발한 대외 활동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난달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대외 활동은 자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5G·바이오·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꼽은 5G 서비스 상용화가 눈앞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5일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10 5G를 선보인다. 네트워크 부문에서도 5G를 필두로 내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오는 26일에는 차세대 스마트폰 폼팩터의 기준을 제시할 갤럭시폴드의 출시도 예정돼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는 5G 시대가 IT산업의 르네상스 일으킬 수 있는 변혁의 시기라고 판단해 10년 전부터 단단히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책임져왔던 반도체 사업의 다음 성장 동력도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는 공시를 냈다. 시장이 예측한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낮아진 7조8910억원 수준인데 이보다 더 하락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2016년 3분기 5조200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최악의 분기실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언급한 ‘진짜 실력’을 내보일 때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이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시키겠다”고 언급한 만큼 반도체 역량이 비메모리에 집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현금 보유액에 100조를 넘어서 M&A 실탄은 두둑하게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 판단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 삼성전자의 사업방향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총 180조원에 달하는 신규투자는 물론 대규모 M&A 향방도 부회장의 거취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그룹 전체의 혁신과 M&A가 잠시 멈췄다”면서 “이번 대법원 상고심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동시에 그룹의 방향성도 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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