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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악질경찰’ 박해준, 선악 공존 이 배우의 본심
“‘악질경찰’ 세월호 소재 때문에 선택? 시나리오 완성도 높았다”
“악역 ‘4등’ 속 가해자-피해자 공존 캐릭터 감독님들 좋아한 듯”
2019-04-02 00:00:00 2019-04-0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잘생긴 배우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보단 의 기운이 더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래서 기억되는 작품들도 꽤 많다. ‘화차속 악덕 사채업자,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속 총잡이 킬러. 영화 ‘4에선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였던 기묘한 정체성의 인물을 흡인력 있게 소화했다. 가장 최근 출연작으로선 영화 독전에서 결코 마주하기 싫은 악인 박선창을 자신의 내면 밑바닥에서 끌어 냈다. 이 배우에겐 악의 DNA’가 세포 밑 바닥에 자리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멋들어진 다비드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외모와 달리 필모그래피에선 악 중의 악만을 위해 모든 힘을 끌어 모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그의 악에는 이유가 없었다. 이유가 있었지만 관객들에게 그것을 설명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악질경찰권태주란 인물은 지금까지 그의 모습을 통해 그려진 과는 분명히 결이 달랐다. 배우 박해준은 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닌 인간적인 연민에서 악질경찰권태주를 연기했다. 참고로 배역 속 악의 DNA’는 배우 박해준으로서만 존재한다. 인간 박해준에겐 극단적 선의 DNA’만 자리하고 있었다.
 
배우 박해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악질경찰개봉 며칠 뒤 박해준과 만났다. 아직은 영화계에서 조연급으로 분류된 존재감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자체에 상당히 쑥스러움을 많이 탔다. 지금까지 그가 소화해 온 영화 배역 속 캐릭터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다. 상대방 눈도 잘 마주보지 못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쑥스럽게 웃는다.
 
배역으로선 연기가 되는데 실제 저의 모습은 이게 맞아요(웃음). 또 악역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감독님이나 선균이 형 모두 동문이고 좋아하는 형들이에요. 일단 시나리오가 재미있게 읽혀졌어요. 대사의 말 맛도 좋다고 해야 할까. 연기가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런 시나리오가 있어요. 그런데 악질경찰이 저한텐 그랬어요. 너무 재미있고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익히 알려진 바와 같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첫 번째 상업 영화다. 때문에 기획 당시부터 영화인들의 우려가 많았다. 여러 배우들이 실제로 출연에 부담을 가졌다. 더군다나 이 영화가 기획이 되고 캐스팅 작업이 이뤄질 시기는 탄핵 이전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치적 잣대가 극에 달했던 시기다. 문화계 블랙리스크가 실제로 존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배우 박해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부담?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제가 그런 부담을 느낄 위치도 아니고. 저 역시도 아빠에요. 지금을 사는 사람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미안함을 분명히 갖고 있죠. 어른으로 살면서 나이만 먹고 있지 사회에 한 것도 없고. 더군다나 세월호 참사는 기성 세대라면 누구나 죄의식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잖아요. 후배나 어린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죠. 그런 마음이 도드라질 때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오히려 이 영화를 하게 돼서 너무 좋았죠. 그리고 전 세월호 소재도 그랬지만 범죄 스릴러 장르로서도 탄탄한 시나리오라고 봤어요.”
 
악역 전문이란 타이틀이 생길 정도로 박해준은 충무로에서 감독들이 악역을 구상할 때 첫 번째로 떠올리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그의 필모그래피 대부분이 악역으로 구성돼 있단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번 악질경찰에선 이유가 있는악역으로 나오게 됐다. 전작들에선 그 이유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는다. 반면 이번 영화에선 몇몇 장면과 유추를 통해서 박해준이 연기한 권태주가 누군지를 알 수 있다.
 
인물의 서사가 있다면 부담이 없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부담이 됐죠. 우선 전 등장만으로도 관객 분들이 섬뜩함을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매 장면마다 어떤 게 더 태주스러울지를 고민했어요. 감독님에게도 몇 개의 구성을 매번 촬영 때마다 만들어 가서 어떤 게 더 태주스러울까요를 물었죠.
섬뜩할 정도로 무섭지만 한 편으론 되게 불쌍해 보였으면 싶기도 했어요. 감독님도 마찬가지로 주문하셨고요. 거대 기업 회장의 충직한 개로 살지만 어느 시점에서 희생물이 되는. 돈 때문에 갖은 일을 다 하지만 결국 돈 위에서 죽어 버리는. 불쌍하고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에요.”
 
배우 박해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는 학창시절 한예종의 장동건으로 불릴 정도로 잘생긴 외모로 통했다. 실제 장동건 역시 박해준과 같은 한예종 출신이다. 하지만 충무로에 데뷔한 이후부턴 그 잘생긴 외모로 악역 외길을 걷고 있다. 본인 역시 감독님들이 자신의 얼굴 어디에서 악역을 엿보고 캐스팅을 제안하시는 지 모르겠다며 머쓱해 했다. 그는 잠시 곰곰이 생각을 헀다.
 
제 악역의 처음이 변영주 감독님의 화차였어요. ‘악역?’ 당시에는 저도 의외였어요. 저한테 뭘 보고 이런 배역을 주셨을까 고민했죠. 사실 남자 배우라면 악역에 대한 로망이 누구나 있잖아요. 저도 한 편으론 나도 잘 할 수 있는데란 욕심이 있었는데 그걸 변 감독님이 보고 써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당시에 함께 출연한 선균이 형이 너한테 이런 면이 있었냐라고 놀랄 정도였으니. 하하하. 제 생각에 저의 악역 중에 영화 ‘4이 아마 많은 감독님들이 좋아해 주신 거 아닐까 싶어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얼굴을 봐주신 게 아닐까 싶죠.”
 
자신의 악역 처음을 장식한 화차이후 오랜만에 다시 이선균과 만난 박해준이다. 대학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선후배 사이다. 영화계에선 둘도 없는 죽마고우로 알려졌다. ‘악질경찰을 선택한 여러 이유 중에 이선균이 출연한단 사실도 박해준을 움직인 한 가지다. 워낙 서로를 잘 알기에 연기 호흡도 굳이 맞춰 볼 필요가 없을 정도다.
 
배우 박해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학교에서부터 동경하던 형이에요. 형을 보면 끊임없이 작품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잖아요. 너무 부럽고 부러워서 말을 제대로 건네지 못할 정도로 저한텐 거대한 형이죠. 이번 작품을 하면 같이 연기도 하고 밥도 먹고 술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었죠. 항상 현장에서 함께 연기를 하면 너무도 유연하게 받아 주세요. 리액션이 정말 부드러우세요. 제가 다시 리액션을 받아 낼 수 있게 너무도 잘 대처해 주시는 형이에요.”
 
대중들은 이정범 감독이란 이름에서 멋진 액션을 기대하게 마련이다. 박해준은 이번 영화에서 거의 대부분의 액션을 담당했다. 하지만 멋진 액션이라기 보단 살벌한 액션이 더 어울릴 법한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한 마디로 처절한 막싸움이 스크린을 장식했다. 그의 모습에 관객들은 놀랍고 또 두 눈을 질끈 감아 댔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성공입니다(웃음). 제가 원래 그 멋지게 보이는 것에 되게 거부감이 커요. 멋있다기 보단 진짜처럼 보이는 게 더 좋아요. 제 생각에 액션은 그게 맞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액션 훈련 할 때는 좀 많이 달랐어요. 되게 잘 맞는 것에 중점을 뒀죠(웃음). 영화에서도 대사로 태주가 운동을 하던 선수 출신이란 게 잠깐 언급이 되잖아요. 그래서 유도와 주짓수 연습을 엄청했어요. 업어치기는 이제 웬만큼 할 정도가 되죠. 하하하.”
 
배우 박해준.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는 한예종 장동건으로 통했다. 이 별명을 그와 동문인 이선균의 입을 통해 언급이 됐다. 이 별명에 박해준은 금새 얼굴이 붉어지며 쑥스러워했다. 격하게 손사래를 쳤다. 동문 출신 두 대 선배에 대한 얘기로 그는 자신의 배우관을 전했다.
 
도대체 어디서 그 얘기가 시작됐는지 모르겠어요(웃음).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를 장동건 선배와 같이 찍는데 현장에서 1기 장동건 2기 장동건이 다 있단 말을 장동건 선배앞에서 듣는데 정말 부끄러워 죽을 맛이었어죠. 하하하. 이선균? 장동건? 글쎄요. 한 번은 선균이 형하고 술을 먹다가 형은 좋은 작품이 좋아요? 돈 많이 받을 수 있는 작품이 좋아요?’라고 물어 본 적이 있어요. 배우로서 누구나 하는 고민이잖아요. 근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균이 형은 좋은 작품을 택하더라고요. 저의 배우관이 어떤 길을 잡아가는 순간이 된 것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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