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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벤처펀드 1년)②메자닌 발행 과열…뒤처리는 기존 주주의 몫
"리픽싱으로 전환주식 증가…대량 전환으로 물량폭탄 우려"
2019-04-05 00:00:00 2019-04-05 00: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후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중 하나는 메자닌(Mezzanine) 발행시장이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갖는 메자닌은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선호하는 ‘딜(Deal)’로 통했는데, 여기에 코스닥벤처펀드로 인한 메자닌 바람이 불면서 지나치게 과열되는 양상으로 번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전환사채(CB) 발행은 총 323건, 규모는 4조원에 달했다. 특히 323건 중에서 211건은 표면금리 0%로 발행됐다. 1분기에도 총 62건, 약 68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발행된 상황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세제혜택이 부여된 ‘벤처기업투자신탁’에 코스닥 공모주 30%가 우선배정되는 펀드다.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하는데,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신주 의무 투자비율을 충족시키는 데 유리했다. 이로 인해 조 단위 규모의 코스닥벤처펀드가 일부 물량으로 나온 메자닌에 투자하기 위해 쟁탈전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몰아 채무자인 기업이 표면금리 0%를 내세워 마치 갑을 관계가 역전된 상황까지 연출됐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에쿼티(Equity)를 따져봐야 하는데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쿠폰수익률 0%는 기본이고 리픽싱(refixing)도 없는 딜이 늘어나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상 발행시장에서 CB의 표면금리는 2~3%로 알려져 있다.
 
투자 적합도에서 한참이나 미달돼 메자닌 발행이 어려웠던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코스닥벤처펀드 덕분에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격 미달 기업마저 손쉽게 CB를 찍어내면서 펀드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주식 전환에 따른 물량 폭탄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리픽싱(Refixing)은 CB를 발행한 후 주가가 하락하면 처음 정했던 전환가격을 낮춰서 재조정할 수 있게 만든 조항을 말한다. 주가 하락에 따른 CB 투자자의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가액의 70%까지만 하향 조정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주가가 상승할 때 상향 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규정상 리픽싱은 횟수에 제한이 없어, 주가가 계속 하락한다면 리픽싱 약정에 따라 전환가액 조정이 1~3개월 단위로 반복해서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리픽싱 횟수가 많아질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 새로 상장하는 주식수도 늘어나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기업(채무자)이나 메자닌 투자자(채권자)를 제외한 일반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운 요인”이라며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기업의 부채가 자본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주식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그만큼 희석되고, 또 대규모 전환청구가 발생할 경우엔 단기적으로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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