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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탱커 도산···중소 해운사 위기 신호탄 우려 고조
2019-04-04 20:00:00 2019-04-04 2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중견 해운사인 동아탱커의 전격적인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은 중소 해운업계의 연쇄 침몰의 신호탄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견 국적선사 가운데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16년 9월 소형벌크선사였던 서래해상 이후 두 번째다. 동아탱커는 매출액 기준으로 국적선사 랭킹 20위권에 위치한 상위권 선사로 지난 2012년 법정관리 상태였던 대한해운 인수전에 참가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하던 기업이었다. 그러나 해운시황이 곤두박질 친 2016년 이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선대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시도하다가 결국 침몰하고 말았다.
 
선박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어렵게 버텨 나가던 동아탱커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17.8% 감소한 1531억원, 영업이익은 37.6% 증가한 358억원, 당기순이익은 10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해 경영이 정상화되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리보금리가 상승하면서 선박 자본비(CAPEX)가 크게 상승하면서 다시 어려움에 직면했다. 동아탱커는 주로 대선 영업을 통한 용선료 수입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가뜩이나 급락한 용선료 때문에 수입이 줄어드는 와중에 리보금리 상승으로 비용지출이 늘어 일반 운영자금과 대출 이자 등을 상환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신 국제회계기준의 리스기준서(IFRS16)’은 자금 확보를 가로막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해운사들이 운용 선박을 발주할 때 통상 80~90%가량을 대출받는데 새로운 회계기준은 이러한 리스비용을 부채로 잡고 있다. 따라서 투자를 확대하는 해운사는 부채비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사태를 부른 이유와 비슷하다.
 
이러다보니 동아탱커의 부채비율은 2017년말 기준 2943%에 달했고, 지난해말 현재는 다소 낮아졌지만 1814%로 높은 수준이다. 다른 해운사들도 동아탱커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작년말 기준 △현대상선 396.4% △SK해운 593.7% △흥아해운 998.7% △폴라리스쉬핑 634.0% △대한상선 344.0% △KSS해운 261.9% 등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에게 자금을 대출해줄 금융기관은 없기 때문에 중견 해운사들이 겪는 자금난은 상식을 뛰어넘는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하소연했다.
 
동아탱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중소 해운업체들의 연쇄 침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23일 오후 한진해운 부산신항 터미널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하역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채권단의 과도한 압박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아탱커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해양진흥공사 등은 그동안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선박 재금융, 세일앤리스백(S&LB)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의 지원을 해왔고 추가로 동아탱커에 선박 매각 등을 통한 자구노력을 요구했다. 이에 동아탱커는 2016~2017년에 돈이 될만한 선박은 모두 매각했고, 남은 보유 선박은 중고선가가 장부가 이하여서 매각해봐야 오히려 손해인 것들로 알려졌다. 즉 할 수 있는 최선의 자구노력은 모두 진행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황 부진으로 인한 매출 및 수익 감소와 그에 따른 운용비용 부담 증가 등 외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채무재조정만이 유일한 방안이었으나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아탱커는 막판까지 채권단과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최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동아탱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견 해운사들 전체의 문제다”라며 “지난해 4월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정책을 펴고 있지만 업황이 회복되지 않으면 조선업에 이어 해운업도 대규모 도산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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