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2050)18-휴먼커먼스 육성과 OECD 공동체지수 10위 전략
2018년 한국의 '지지 네트워크의 질' 75.9%…OECD 38개국 중 꼴찌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미래비전, 휴먼커먼스 육성…사람경제 핵심
입력 : 2019-04-08 06:00:00 수정 : 2019-04-08 06:00: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질 지수에서 공동체 분야는 한국이 부동의 꼴찌다. 2018년 한국의 '지지 네트워크의 질(Quality of Support Network)'은 75.9%로, 37위인 멕시코(80.1%)에도 크게 못 미친다. 이것은 산업화 이후 한국이 얼마나 불안정한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나타낸다. 동시에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도 가장 잘 보여준다.

OECD 삶의 질에서 공동체 분야는 사회적 지지(Social Network Support)라는 한 개 지표로 구성된다. 이는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주관적으로 인식된 연결망의 정도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타인과 만나 좋은 관계를 맺는 게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연결망은 도움이 필요한 시기에 물질적·정서적 지원을 제공한다. 이는 인지된 사회적 지지와 관련되며 공적지원 체계와 대비해 사적지원 관계망의 수준으로 해석된다.

OECD 만년 꼴찌인 '한국인의 공동체 지수'
 
이걸 측정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객관적 자료나 통계가 대신 간단한 설문조사를 한다. '만약 당신이 곤란에 처한 경우 도움을 요청할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응답자의 비율로 따진다. '갤럽월드폴(Gallup World Poll)'에서 제공하는 한국의 사회적 지지 점수는 2005년 이후 OECD 최하위다. 2008년엔 75.4%, 2014년엔 73.8%도 기록했다. 최상위 국가들은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 등 유럽과 영미권 국가다. 가장 연대감이 낮고 자본주의화 됐다고 여겨지는 미국조차도 중간 순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질 10위 국가'를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으로 볼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이 공동체다. 미래에 펼쳐질 디지털 자본주의와 조응한 공동체 비전이 필요하다. 가장 필요한 기반이 휴먼 커먼스다. 사진/플리커
 
한국이 공동체 분야에서 꼴찌라는 건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지난해 기준 75.9%라는 결과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한국의 공동체 의식을 생각하면 의외로 높은 수치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만년 꼴찌'라는 이미지 탓에 최하위라면 아마 50% 이하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국에선 전통사회의 공동체가 해체되고 자본주의로 진화해 파편화된 개인만 남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외로 수치가 높다. 15세 이상 인구 중 약 75%는 사적관계의 친척 또는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뜻이다.

반면에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한국사회의 자화상을 보게 된다. OECD 회원국 중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적 지지는 85~95% 정도다. 이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10%가량 부족하다. 한국에서 공동체적 연대감이 부족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경쟁을 부추겨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직업적 안정성이 무너지면서 개인이 각자도생의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인간관계가 분절화되며 공동체적 연대감이 붕괴된 직접적인 원인이다. 다른 한편 김영삼정부 때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작은 정부론'과 신공공관리론 등이 개혁의 방향으로 제시됐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강제하는 공공개혁, 노동개혁 등을 추진하며 공동체적 연대가 급속히 붕괴됐다.

근본적으로는 교육이 협력보다는 경쟁을 강조해서다. 유치원부터 친구보다 더 좋은 시험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 정점은 대학서열화에 따른 입시경쟁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에서도 팀 플레이보다는 지원자 간 경쟁을 통해 선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동체적 연대의 결핍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형성된 경쟁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휴먼 커먼스' 육성으로 공동체 연대 회복해야

공동체 분야가 30년 뒤 2050년엔 OECD 10위까지 개선될 수 있을까. '휴먼 커먼스' 육성이 답이다. 전통사회의 공동체 부활이나 종교단체의 공동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미래의 사회적 변화에 조응, 새로운 방식의 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미래적 정책처방이다. 미래사회는 디지털 자본주의와 함께 휴먼 커먼스로 재편돼 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산업혁명과 달리 디지털 자본주의에선 총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공급위주 정책과 진보주의적 경기부양만으로 구조적 수요부족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디지털 혁명은 동일한 생산량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자 수를 감소시키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급속하게 줄 전망이다. 디지털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필수다. 기계로 대체 불가능한 작업을 수행하려면 노동인구의 역량개발이 요구된다. 디지털 경제에서 사람의 가치는 사회능력과 의사소통 능력, 창의력에 기반을 두며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의 고용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음식과 언어, 기념비, 전통 등 문화자원의 '비옥화' 현상은 문화산업의 빠른 성장을 예고하며, 이 분야에서 새로운 인적자원의 필요성을 증대시킬 것이다.
 
디지털 자본주의에선 경쟁보다 협력에 의한 공동체적 작업방식이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위키피디아 등은 협동으로 가치를 만드는 방식이다. 사진/픽사베이
 
또 경쟁보다 협력에 의한 공동체적 작업방식이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다. 위키피디아 등은 협동으로 가치를 만드는 방식이다. 경쟁 대신 공동체적 협동조합은 사람들의 여가시간과 잉여 전산자원의 공유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 보다 적합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현재 사회경제 제도에선 협동조합의 생산물도 시장에 의해 축출되거나 민영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호장치와 가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

사람경제 모델은 두 가지 모델의 상호작용을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 디지털 자본주의는 이윤과 한계비용 절감, 시장원리를 통해 사회가 요구하는 인프라와 물질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배분할 수 있다. 휴먼 커먼스는 물과 에너지 등 공유재를 관리하고 공익가치를 생산하는 한편 이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받음으로써 수요를 창출한다.

디지털 자본주의에서도 간호사와 의사, 학자, 연구자, 사회복지사 등 공익을 위한 노동자가 지속해서 필요하다. 하지만 양육과 노인 돌봄 등의 공익 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부족했다. 경제의 수요감소 위기를 해결하려면 공익에 기여하는 모든 근로에 대해 적합한 경제적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여러 협력적 커먼스는 다양한 비물질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 가치를 소득창출로 연계해 수요감소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협력적 공동체와 연대를 강화하는 사람경제는 구체적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역량개발에 투자하며 기본소득 등을 통해 수요가 신장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미래비전은 세 가지 정책을 중심으로 휴먼 커먼스를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휴먼커먼스의 핵심…공평한 경쟁의 장, 역량개발, 수요신장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려면 로봇과 기계에 유리하게 조성된 현재 경제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근로소득세는 고용부담을 증가시키는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세수 수입원이 필요하다. 대체 세수입원으로는 유럽에서 발의된 로봇세, 자본소득세, 데이터 소득세 등이 있다. 의무고용 제도도 도입할 수 있다. 학교와 병원 그리고 공공기관의 경비직원, 간병인 의무고용 등을 통해 일자리를 보호할 수 있다. 동시에 근로시간 단축으로 고용창출과 근로소득 재분배가 가능해진다.

디지털 자본주의에선 역량개발을 위한 투자도 필수다. 데이터경제 시대에는 정보 활용능력을 배양하고 암기위주 교육은 탈피해야 한다. 구글과 위키피디아 시대에 암기는 가치가 없으며 정보를 습득해 스스로 활용하는 능력이 더 요구된다. 경쟁 대신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소통능력과 사회능력,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평생 역량개발을 위한 정책도 추진돼야 한다. '파괴적 혁신'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려면 평생교육과 자기개발이 필요하다. 학위와 자격증 취득을 위한 안식기간을 제공할 목적으로 고용보험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과거 산업혁명과 달리 디지털 자본주의에선 총수요를 창출하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사회는 디지털 자본주의와 함께 휴먼 커먼스로 재편돼 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픽사베이
 
소득지원을 통한 수요확대 방법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안할 수 있다. 자동화기술로 자본의 생산력과 소득을 향상되면서 소득은 자본을 보유한 쪽에 집중된다. 국민에게 직접 자금을 지원해 경제성장을 위한 수요를 확대하고 빈곤을 근절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포스트 자본주의의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기본소득에 대한 현장실험은 핀란드, 케냐, 미국 알래스카 주 등에서 일어났으며 프랑스, 인도, 몽골, 네덜란드, 스위스, 캐나다의 온타리오·퀘백주에서 타당성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측은 정부의 과도한 재정지출을 우려한다. 또 국민의 경제참여를 저해하고 도덕적 해이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기본소득에 찬성하는 입장에선 기본소득 제도가 오히려 세수입을 증가시킬 것으로 본다. 기본소득 지급으로 경제 총수요를 신장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촉진시키고 궁극적으로 세수입까지 늘어난다는 논리다. 기본소득을 통해 사회양극화를 해소, 사회질서 확립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OECD 삶의 질 10위 국가를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으로 볼 때, 가장 취약한 부분이 공동체다. 미래에 펼쳐질 디지털 자본주의와 조응한 공동체 비전이 필요하다. 30년 이후 대한민국 미래비전에서 경쟁적 자본주의를 넘어 협력적 세상을 만들 때, 가장 필요한 기반이 휴먼 커먼스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사람경제의 핵심도 휴먼 커먼스다. 휴먼 커먼스가 대한민국 진보의 미래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는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미래, 문명, 평화'와 국정아젠다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행정학을 전공했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장으로 국내 26개 국책연구소의 국정 정책담론을 기획·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국가비전2040을 수립하는데도 참여 중이다. 30년 후의 국가비전을 모색하는 이번 기획은 격주로 총 30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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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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