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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극복 , 도요타의 혁신 사례에서 찾아라
생산원가 절감 한계 봉착하자 영업 생산성 향상으로 시장 바꿔
2019-04-08 00:00:00 2019-04-08 0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저성장 시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시 일본 도요타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조업이 여전히 국가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한국경제는 중국 기업들의 혁신보다‘ 잃어버린 20년’은 물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맞이한 대규모 리콜 재앙을 딛고 일어선 도요타의 저력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요타의 혁신은 이미 많은 미디어를 통해 소개됐다.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서울대학원 국제대학원 교수 시절 발간한 저서 ‘저성장 시대, 기적의 생존 전략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를 통해 일본의 위기 극복과정을 소개하면서 도요타를 사례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를 이기기 위해 그들이 채용한 소품종 대량모델 대신 도요타는 다품종 소량생산 전략을 취했다. 지금도 도요타는 거의 100개나 되는 자동차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20여 종의 모델을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와 비교해도 모델이 많다. 소수 모델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에 비해 원가가 더 많이 든다. 도요타는 특히 7대 요소(재고·운반 및 수송·가공·동작·불량품 제작·과잉 생산·작업대기)가 원가를 잡아먹는 핵심 요소라고 보았다. 원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요타가 고안한 혁신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하나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여러 모델을 생산하는 ‘혼류 생산방식’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간에 공정에 투입하는 ‘JIT(Just In Time)’이다. 이를 ‘도요타 방식(Toyota Way)’라고 부른다.
 
 
미국 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소재한 도요타 자동차 공장에서 직원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도요타 또한 불황기에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아무리 생산과정에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였더라도 완성된 자동차가 안 팔리면 회사는 망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생산공정의 낭비보다는 완성된 제품의 낭비가 더 큰 원가손실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요타는 영업 부문의 생산성 향상에 매진했다. 영업 부문에서 생산성을 최대로 향상하는 방법은 체계적으로 고객을 획득하고 한 번 잡은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드는 것이다. 일본 사람은 자기 차고가 없으면 차를 살 수 없다. 차고지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차를 가져올 수 있다. 증명서를 신청하여 발급받을 때까지 15일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차고지를 신청함과 동시에 주문을 받아서 15일 이내에 차를 만들어서 그날 고객에게 갖다주면 재고가 하나도 없게 된다. 도요타가 해낸 방법은 14일만에 차를 출고시켜 갖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재고를 제로로 했다. 어느 회사보다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더 나아가 도요타는 영업 체계를 풀 서비스 시스템으로 개편했다. 신차 판매뿐만 아니라 차량 정비, 보험, 리스, 중고차 거래와 같이 차량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영업 담당자가 처리한다는게 골자다. 소위 고객은 차만 즐기고(enjoy your drive) 차에 관한 골치 아픈 일은 모두 도요타 영업 담당자에게 맡기는 시스템이다. 차량관리기록부도 영업 담당자가 작성하고 엔진오일 교환 시점도 영업 담당자가 고객에게 통보하며 혹시 차량 사고라도 나면 영업 담당자를 찾으면 해결된다. 그 결과 영업 담당자는 신차를 판매하고 난 뒤에도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고객들이 다음 신차를 구매할 타이밍도 정확히 파악해 영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도요타는 한 번 잡은 고객을 계속 보유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들 고객들을 잘 관리함으로써 수요 예측과 수요 조정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도요타는 재고 판매가 아니라 주문 판매로 비즈니스 흐름을 완전히 바꾸었다. 자동차가 얼마나 팔릴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생산하고 판매하는 종래의 시스템을 버리고 고객이 언제, 어떤 차종을 살 것인지 예측하고 준비하고 있다가 주문을 받는 시점에 자동차를 조립해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시장을 혁신한 것이다.
 
이것은 혁명적인 변혁이었다. 과거에는 자동차를 만든 뒤 재고 상태에서 판매하다 보니 불황 때가 되면 엄청난 원가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고객을 잡아두고 주문생산방식을 취하면 추가손실 없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도요타는 추가적으로 원가혁명을 위해 기업의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각 부문을 철저히 슬림화했다. 부품의 구매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기까지 낭비와 비효율을 철저히 없앴다. 자사뿐만 아니라 1차·2차 협력회사, 물류회사, 딜러 판매점에까지 철저히 관여해 원가를 절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각 부문을 철저히 연결하고 동기화했다. 주문을 받으면 생산을 하고 생산을 할 시점에 협력사로 하여금 부품을 투입토록 해 중간에 생길 수 있는 재고와 낭비까지 철저히 없앴다.
 
한국 기업도 도요타가 행한 방식으로 원가를 철저히 낮추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모든 가치사슬을 슬림화함과 동시에 동기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원가혁명을 이룩하지 않으면 저성장기에는 살아남을 수 없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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