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새로운 생각을 갖춘 위기를 즐기는 리더가 답이다.”
삼성전자가 올 1분기 실적이 급락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으로 도래한 한국경제의 저성장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어떤 방안을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를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해답의 근본 바탕은 결국 리더 양성과 발굴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저성장기이자 ‘융합·복합·시너지의 시대’다.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의 시대를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03년 전 세계 연구소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정한 것이 앞으로는 “이 세상에 없는 것 개발하거나, 5~6배 성능이 개선되며, 값이 싸져도 절반으로 뚝 떨어진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여러 기술을 합치는 융합력과 기술을 고객가치 및 존경에 연결시키는 마케팅 능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성공을 이뤄낼 수 있다. 이공계와 인문계 등 전공 학력과 생산직과 관리직, 연구직이라는 업무 구분은 무의미하다. 어느 분야에서 챙기기보다는 리더가 되어서 큰 꿈을 이루며 일하려는 리더십을 가지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하는 환경이 소풍(농경시대 및 산업화 시대)을 가는 때라면 도시락을 잃어버려도 된다. 매장에서 사오면 되니까.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경영환경은 에베레스트산을 올라가거나 남극을 탐험하는 것과 같다. 폭풍이 불어 닥치는데 전진할지, 후퇴를 할지, 그 자리에서 텐트를 칠지를 잘못 결정하면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제는 소풍과 같은 환경이 아니다. 극한과 극한을 달리기 때문에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회사마다 리더를 뽑고 양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제품 경쟁력(어떤 제품, 어떤 기술을 가졌나?) △업무 프로세스(어떤 방식으로 어떤 프로세스를 진행하는가?) △소속 인재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이중 인재의 확보는 특히 중요하다. 과거 “무엇을 해야 하나?(What to Do?)” 시대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How to do?)”를 넘어 “누가 해야 하나?(Who to do?)”시대가 된지 오래다.
삼성은 지난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며 “다 바꿔보자”고 했다. 프로세스를 올바르게 하자는 이야기였다. 초기에는 5년 뒤, 10년 뒤 무엇을 먹고 살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곧 인재를 모으자로 바꿨다. 이유는 5년 뒤 10년 뒤 무엇으로 먹고 살지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로선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어떤 변화가 와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는 인재들을 확보하고 키우는 것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는 2200년대를 앞두고 있는 삼성 인재경영의 근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삼성의 최고경영자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인재를 찾아다니는 게 중요한 업무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0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세기에 성공할 수 있는 리더의 조건은 변화를 인식하고 실행해야 한다. 목표를 세계 최고로 높게 잡고 남보다 빨리, 스피드 있게, 조직의 역량을 융합하고 시너지를 내서 변화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실행력, 실행력을 이끌어내는 리더십, 융합과 복합을 위한 커뮤니케이션과 팀워크, 그리고 창의력과 도전적인 정신이 필요하다.
하지만, 뛰어난 리더를 양성한다고 해서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이룰 수는 없다. 삼성이 인재경영의 벤치마킹 사례로 학습한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은 1980년대에 매니지먼트 코스를 통해 경영을 가르쳤고, 잭 웰치 회장이 된 후에는 리더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창출할 수 있는 리더를 만들기 위해 리더십양성센터를 만들었고 센터에서 양성된 인재들이 GE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GE가 지난해 6월26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됐다. 1907년 다우지수에 편입된 지 111년 만의 일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제조업의 상징이 몰락했다며 대서특필했지만 윌리엄 손다이크 후사토닉 파트너스 창립자는 바로 리더 양성 시스템이 GE의 몰락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현금의 재발견’'을 발간한 2012년 까지는 웰치의 성공시대가 옳았고 그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GE의 리더들이 승승장구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리더의 기준은 달라지지만 GE는 여전히 20세기식 웰치의 혁신방식에 머물러 있었고, 결국 몰락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GE의 실패는 삼성의 인재경영 전략의 변화를 일으켰다.
일본 기업들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한 경영 혁신의 일환으로 오너 총수 또는 카리스마를 갖춘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군주경영’을 타파하는 데 있었다. 존재만하고 군림하는 경영자나 현장에 모든 것을 위임한 뒤 기업의 얼굴마담 노릇만 하는 경영자로서는 저성장기의 오랜 어려움을 탈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성장기에는 기존의 주군형 경영자와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경영자들이 기업을 변혁시켜 나가야 한다.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 사장은 아날로그 필름이 주력이었던 회사를 액정필름과 복사기, 프린터, 의료기기 등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사업에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고모리 사장은 후지필름은 물론 일본기업의 고질적 병폐라고 지적받았던 책임을 전가하고자 하는 느린 의사결정체계를 빠르고 확실한 결단을 내리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
스즈키 도시후미 세븐앤드아이홀딩스 회장은 미국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일본에 도입해 자국내 1위 편의점으로 키운 것을 넘어 미국 본사까지 인수해 세계 최고의 편의점 기업으로 성공시켰다. 그는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도를 거꾸로 만들었다. 매주 화요일이면 전국의 수천명의 직원들이 본사에 모여 스즈키 회장과 회의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스즈키 회장은 필요한 지시만 내린다. 기업이 민첩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신속히 판단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사원들과 소통하며 문제의 원인과 대책 등을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점이 오너 3세, 4세 경영자와 새시대 전문경영인이 전면에 나선 한국기업들에게도 특히 요구된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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