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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이 주도한 사업도 '흔들'
한진그룹, 비상경영체제 돌입…국제항공운송협회 등 국제무대서 리더십 약화 우려
2019-04-08 19:17:57 2019-04-08 19:18:43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돌연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그가 주도한 사업들이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조 회장은 명실상부한 한진그룹 총수로서 그동안 경영 관련 사안을 모두 직접 챙겨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해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은 상실했으나 한진그룹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경영권 박탈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을 비롯해 ㈜한진,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등 6개사의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한국공항과 칼호텔네트워크 등 2개사의 비등기 임원도 맡고 있다. 
 
이날 한진그룹은 총수 공백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주요 현안은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의사결정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안전과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7년 6월 미국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오른쪽 세번째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사진/대한항공
 
조 회장의 부재로 당장 국제무대에서 대한항공의 리더십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 초 서울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 주최로 열리는 IATA는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항공 관련 국제 협력 기구다. 총회 의장은 주관항공사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관례에 따라 조 회장이 의장 자리에 앉아야 하지만, 그의 별세로 대표이사 자격이 있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우기홍 부사장이 의장을 맡아 회의를 치르게 된다. 조 회장이 20년간 대한항공을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에서는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이달 인천~보스턴, 인천~미니애폴리스 노선 등 조인트벤처 사업 안정화를 위한 미주노선에 본격 취항할 예정이었다. 조 회장의 공백으로 사업에 힘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는 2023년까지 연 매출 16조원, 보유 항공기 190대, 부채비율 300%대 진입 등을 달성한다는 경영계획 '비전 2023'도 추진력이 약해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대한항공의 야심작인 호텔 사업도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다. 대한항공 전체 매출에서 호텔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조 회장이 관련 사업을 챙겨왔다. 그는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호텔 투자를 논의하는 등 호텔 사업 확대 의지를 보여왔나 조 회장의 부재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항공업계는 전망했다.일각에서는 지난 2017년 6월 미국에서 문을 연 초고층 호텔 월셔그랜드센터가 흑자로 전환하는 데 수년이 수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호텔 투자가 자칫 대한항공 전체 실적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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