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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마무리 된 한진가 오너 2세 경영
2019-04-08 19:19:46 2019-04-08 19:19:51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로 파란만장했던 범 한진가 오너 2세 경영 시대도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2세 체제에서 무너진 수많은 기업들에 비하면 사정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한진가 만큼 상처로 얼룩진 세대교체를 이룬 재벌은 드물다는 평가다.
불과 열흘여 만에 쓰나미처럼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달 27일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했고, 이틀 뒤인 29일에는 동생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한진중공업 경영에서 손을 땠다. 이어 8일에는 조양호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정석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별세후 2세 경영체제에 돌입한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둘째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 셋째 조수호 회장의 한진해운, 넷째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등으로 나뉘었다. 서로 돕고 어려움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한진가 2세 4형제들은 그렇지 못했다. 장남과 동생들은 물론 부인들까지 나서 재산 상속 문제를 두고 갈등하는 등 계열 분리 이후 지금까지 앙금을 해소하지 못했다.
예상대로 형제간 분쟁의 결과는 좋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주축으로 회사를 글로벌 항공사로 키워냈으나 말년에는 가족들의 비도덕적 행위 등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기업가로서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 조남호 회장은 부친이 인수한 한진중공업의 사세를 키우며 능력을 입증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이라는 예측 불가의 상황 속에서 건설한 필리핀 수빅 조선소의 경영난으로 끝내 회사를 채권단에 넘기고 말았다. 2세 형제들 가운데 가장 무난한 성격을 지녔다는 평을 들었던 조수호 회장은 지병으로 2006년 54세라는 젊은 나이에 쓰러졌다. 이후 한진해운은 시숙 조양호 회장의 지원 아래 조수호 회장의 부인 최은영 회장이 운영해 왔으나 해운업 불황의 여파를 이기지 못한 채 2017년 파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한진그룹의 2세로서 일선 경영인으로 남아 있는 사람은 조정호 회장 뿐이다. 대한항공과 한진중공업홀딩스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3세 경영체제를 맞이해야 한다. 조양호 회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이미 2012년 대한항공 등기이사, 2014년 한진칼 등기이사에 올랐고, 조남호 회장의 장남 조원국 한진중공업 전무는 한진중공업홀딩스 사내이사에 선임된 상태다.
3세 경영세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촌 형제들이 부친들간 갈등을 과연 극복할 수 있느냐이다. 2세들이 화해할 수 있는 기회는 한 번 있었다. 지난 2016년 모친 김정일 여사가 타계했을 당시 형제들이 빈소에 모여 조문객을 맞이했다. 그해 조남호 회장이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고소·고발건을 취하함으로써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후 그들이 다시 모였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2세들이 만나지는 않았다는 것이 3세들간의 인연까지 끊었다는 것은 아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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