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갑질에 경영권 분쟁까지…"고단했던 장남·가장의 삶"
땅콩회항·물컵갑질로 갑질 논란 점화…한진해운 두고 경영권 분쟁도
입력 : 2019-04-08 19:16:00 수정 : 2019-04-08 19:16:06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 분들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미숙한 행동을 저지른 데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다.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대한항공 임직원과 직접 마음의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에도 머리 숙여 다시 한번 사죄한다."
 
지난해 4월22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확산되자 조양호 회장이 한 사과의 말이다.
 
향년 70세.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서 생을 마친 조 회장은 수십년간 우리나라 항공·물류 사업을 키우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되나, 정작 말년에는 일가족의 갑질 논란이 불거지며 그룹이 흔들리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
 
전세계를 뒤흔든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도 경영 수완으로 극복한 그였으나, 정작 가족 내부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그의 공든탑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왼쪽)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같은 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밀수·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작은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마카다미아 제공 서비스를 문제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렸다. 당시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하면서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조 전 부사장은 이듬해 2월 1심에서 항공보안법 위반 등을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차녀인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물컵갑질'로 한진 일가는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탈세 등 제보가 속출하면서 논란은 오너가 전체에게 퍼졌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운전기사와 가정부, 직원 등에게 상습 폭행과 폭언을 일삼고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했으며, 해외명품 등을 밀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6월 조 회장도 270억원 규모의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너리스크에 대응하고자 대한항공 주주들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연임에 반대표를 던졌고, 조 회장은 직접 일궈온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5년간 가족 수난사를 겪으며 조 회장의 건강은 악화됐다고 전해진다. 모든 것을 짊어져야 했던 가장의 무게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폐질환을 앓다 최근 수술을 받고 완쾌했으나 대한항공 사내이사직 박탈 등의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세가 악화됐다고 전했다.
 
가장의 무게에 앞서 조 회장은 고단했던 장남의 삶도 겪어야 했다. 조 회장은 2002년 부친인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이후 2003년부터 한진그룹 회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그룹의 주도권을 잡는 과정에서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다. 당시 한진그룹은 차남 조남호의 한진중공업, 3남 조수호의 한진해운, 4남 조정호의 메리츠금융으로 분리됐다. 
 
3남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제부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최은영 회장이 한진해운을 이끌면서 2011년 이후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는 등 조 회장은 부친이 설립한 한진해운이 망가지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2014년 경영권을 확보한 조 회장은 백방으로 한진해운을 살리려 했지만 2017년 결국 파산을 맞았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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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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