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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멘탈 "세상의 좋은 소리 뒤섞이는, 우리 음악은 플랫폼"
다양성 존중되는 런던 문화 영향…"스폰지처럼 장르 흡수"
"K팝 뮤지션과 콜라보 원해"…5월 '서재페' "춤추기 좋은 신발 신고 오세요"
2019-04-09 17:50:29 2019-04-09 17:50:3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영국 이스트 런던에서 청년들은 함께 거리를 배회하며 자랐다. 같은 학교를 다니며 음악을 했고,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이 세계적 도시에서 다양한 음악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런던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에요. 언더그라운드신도 굉장히 크고 발달돼 있죠. 항상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는 우리 음악은 그런 다양성으로부터 나온 것 같아요.”
 
밴드 루디멘탈(케시 드라이덴·아미르 아모르·DJ 록스미스·피어스 아제트)이 오는 5월 말 ‘서울재즈페스티벌’ 참석 차 내한한다. 공연을 앞두고 9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밴드의 멤버 케시 드라이덴은 “우리의 이웃들은 세계 각국에서 온 가족들이었고, 이들로부터 유년기 시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며 ‘다양성’을 원료로 삼는 밴드의 탄생 기원을 얘기했다.
 
‘근원적’, ‘근본적’이란 뜻 처럼 음악을 하겠다는 걸까. 왜 이런 단어를 밴드명에 새겨뒀을까. “제가 어릴 적 피아노 레슨을 다닐 때였어요. ‘더 북 오브 루디멘츠(The book of Rudiments)’라는 교본을 썼는데, 항상 들고 가는 걸 잊어버리곤 했어요. 선생님이 늘 제게 ‘너 또 루디멘츠(Rudiments) 어디에 두고 왔냐’ 혼내셨죠. 어릴 때의 그 이름이 머리에 박혔고,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쓰게 됐어요. 멤버들도 저를 그렇게 부르면서 여기까지 오게 됐죠.”
 
밴드 루디멘탈. 사진/워너뮤직코리아
 
팀의 주축인 그는 ‘동네 친구’인 다른 멤버들과 음악을 하다 지금의 밴드를 결성했다. 2011년 데뷔 싱글 ‘딥 인더 밸리(Deep in the Valley)’를 발매한 밴드는 이듬해 1집 '홈(Home)'을 내면서 단숨에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유럽을 넘어 호주, 미국 투어까지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월드 투어’에 닿았다. 데뷔 초부터 급격하게 주목을 받았던 이유를 드라이덴은 자신들의 음악에서 찾는다.
 
“우리 음악이 주는 긍정의 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듣고 웃고 즐기고 춤추고 싶어질 수 있는 게 바로 루디멘탈의 음악이에요. 우리도 늘 함께 모여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려고 하고, 또 그게 우리 진심과 닿아있어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우리 음악이 세계인들에게 잘 전해진 것 같다 생각해요.”
 
소울과 일렉트로닉 음악을 섞은 밴드의 사운드는 음악의 중추다. 기타와 베이스, 피아노가 클래식컬한 음을 쌓아 올리고, 키보드와 프로그래밍, 브라스와 배킹 보컬들의 유려한 하모니가 사운드를 입체적으로 확장시킨다. 에드 시런, 존 뉴먼, 앤-마리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도 시도 때도 없이 불려 나와 목소리를 보탠다. 그들이 나고 자란 도시 런던처럼, 밴드의 음악은 다양한 문화를 섞는 하나의 ‘플랫폼’이 된다.
 
“좋은 목소리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게 기뻐요. 다른 소리와 캐릭터를 가진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은 늘 우리에게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존 뉴먼, 앤-마리는 신인일 때 저희와 함께 음악을 만들며 공연을 다녔고, 이미 슈퍼스타였던 에드 시런과의 작업도 영광이었죠.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도, 기타리스트로서도, 싱어로서도 대단한 사람이에요. 함께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항상 특별한 무언가가 나올 거란 걸 알고 있었죠.”
 
루디멘탈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언급한 로린 힐은 지난해 '서울재즈페스티벌'에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다. 사진/프라이빗커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가수로는 미국의 래퍼이자 싱어 로린 힐을 꼽았다. 드라이덴은 “그가 모든 앨범에서 보여준 프로덕션은 경이로울 정도로 대단하고 진심이 담겨 있다”며 “밴드 멤버 전원이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그의 ’더 미스에듀케이션 오브 로린 힐(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이다”라고 말했다.
 
드라이덴은 한국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 “스튜디오에 케이팝 가수들과 앉아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그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는 지도 궁금하고요. 분명히 우리 작업 방식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가 됩니다.”
 
지난 2015년 밴드는 ‘안산 록 페스티벌’ 일환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당시 밴드는 같은 해 글래스톤 베리 무대 때의 라이브 셋을 그대로 선보여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함께 음악작업에 참여했던 앤-마리가 당시 피처링으로 함께 했다. 
 
“4년 전 내한 때 앤-마리 등장에 관객들이 많이 좋아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도 풀 밴드와 브라스로 가득 채운 무대는 파티가 될 겁니다. 특히 뛰어난 실력의 객원 보컬들에 주목해주세요. 앤-마리가 세계적인 싱어로 성장했듯, 이들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아직 공연 외에 한국에서의 세부적인 계획은 세워두지 않았다. 다이어리에는 늘 2주 뒤의 계획만 적기 때문이다. “2주 이상 적게 되면 머리가 복잡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그는 “공연이 2주 정도 남았을 때 다시 물어 봐주면 잘 대답해줄 수 있다”고 재치 있게 답변했다.
 
“오픈 마인드로 와서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꼭 춤 추기에 좋은 신발을 신고 오셔야 해요! 자유롭고 즐겁게, 바로 당신이 즐길 시간이니까요.”
 
루디멘탈 공연 모습. 사진/뉴시스·신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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