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체육계·군 장병 '키다리 아저씨' 되어준 고 조양호 회장
다방면에서 조용한 지원… 물류수송 그룹 특성 살리기도
2019-04-11 13:39:25 2019-04-11 13:39:25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지난 8일 별세한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알리지 않아 숨겨져 있던 생전 선행과 미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 초 현역에서 은퇴한 대한항공 탁구단 소속 김경아 선수의 2세 계획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지시했다. 김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로서 세 번의 올림픽 출전과 한국 여자탁구의 맏언니로서 수 많은 국제대회에서 한국 여자탁구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이다. 결혼 6년째가 되어도 2세가 없다는 사연을 접한 조 회장은 김 선수가 지도자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가정을 돌볼 수 있도록 시간적 배려를 해줄 것을 지시했다. 또한 직접 유명 병원에 연락해 김 선수를 잘 돌봐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에 대한 지원 사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현 부회장은 지난 2011년 국제탁구연맹 총회에서 미디어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이후 탁구 국제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 심판진, 운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를 전해 들은 조 회장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의 유능한 스포츠 인재가 미래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필요한 맞춤형 코스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현 부회장이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처했다. 운동 선수들도 평소 공부를 해야 은퇴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다.  
 
조 회장은 아픈 임직원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지난 2010년 임파선암 판정을 받은 한 임원을 미국 암 전문 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도록 했고, 이후 2012년 초 퇴직한 다른 임원의 암 발병 사례를 접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지시하기도 했다.
 
2008년 12월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불우이웃돕기 자선탁구대회에서 현정화(현 대한탁구협회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사진/한진그룹
 
조 회장은 군 장병들을 위해서도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조 회장은 재계 총수로서는 드물게 최전방 수색 중대 복무와 베트남전 참전 경험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013년 가을 군복무 시절 한겨울 제설 작업으로 고생했던 시절을 생각하며 강원도 화천군 육군 제7사단 후배 장병 들을 찾아가 제설기 7대를 기증했다. 7사단은 조 회장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과정에서도 조 회장의 인간미는 잘 드러난다. 특히 2011년 한국을 방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실사단을 맞을 당시 인천공항공사 측에 항공기를 탑승동이 아닌 본 청사에 접안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실사단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장거리 여행으로 피곤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국내에서 그들의 활동상을 8쪽짜리 화보집으로 제작해 전달했으며, 실사단 개인별로도 그들이 평창의 시설을 둘러보는 모습을 찍은 사진집을 따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아울러 물류 수송 전문 그룹 총수로서 항공권 지원 사업을 지속해왔다. 대표적인 예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한국 호송 치료 지원이다. 조 회장은 지난 2016년 중국 우한 한코우 지역에 입원 치료 중이던 하상숙 할머니의 환자용 침대 호송 지원을 직접 지시했다. 이밖에 국제 한국 입양인 봉사회 주최 해외 입양인 모국방문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40여명의 해외 입양인을 초청하고, 국내 명소 방문과 체험활동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