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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안 '퇴짜' 맞은 금호 당혹…아시아나 매각 압박 거세져
금융당국 "박삼구·박세창 부자 손떼라"…아시아나, 20일 '고비'
2019-04-11 18:45:56 2019-04-11 18:45:56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11일 금융당국 수장이 자구계획에 퇴짜를 놓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이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3년을 더 달라는 의미가 무슨 의미인가"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혀 사면초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날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수정·보완을 한 뒤 다시 자구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KDB산업은행이 자구계획을 제출받았다고 공개한 다음날 금융당국 수장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금호아시아나를 둘러싼 분위기는 전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산업은행이 이례적으로 채권단 합의를 끝내기 전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구계획안 요약본을 공개하자 재계와 시장에선 사실상 수용불가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최 위원장이 이날 금호아시아나의 자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박삼구 전 회장은 더욱 궁지에 몰리는 형국이다. 현재로선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시장과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는 최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최 위원장은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두 분이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를 감안해서 (채권단이) 판단할 것"고 말하며 사실상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에둘러 시사했다. 박 전 회장이 퇴진을 공언한 뒤 거듭 경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나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것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문제는 박 전 회장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을 설득할만한 카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은 다음 달 6일까지 1개월 연장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오는 25일 만기가 도래하는 600억원의 회사채를 막고,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특히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발행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경우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ABS 미상환 잔액을 즉시 조기 상환해야 한다. 채권단의 지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최악의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신용평가 업계에선 이달 20일 전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자구안을 받아들여야 신용등급 추락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호 측의 자구계획안에 대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 반응은 좋지 않아 3년의 경영정상화 기간이 줄어들 거나, 보다 강도높은 목표 달성 기준 설정과 사재 출연 등을 반영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서 매각 절차(일부 매각 시나리오도 가능)에 돌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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