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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가짜뉴스 판치는 위험한 민주주의
2019-04-16 06:00:00 2019-04-16 06:00:00
인터넷은 사람들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놓는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안방에서 24시간 계좌이체와 쇼핑 등이 가능하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인과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밤중 느닷없이 몸이 아파 이 증상이 무엇인지 궁금하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엘빈 토플러가 정보혁명을 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이라고 했는지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밝음이 있으면 반드시 어두움이 있기 마련이다. 요즘 사이버공간에서 판치는 가짜뉴스가 대표적이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우려했던 것처럼 정보조작이 이루어지고, 가짜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져 혼란을 야기하는 와중에 우리의 전통과 미풍양속마저 파괴된다.
 
지난 1일은 만우절이었다. 만우절이란 가벼운 거짓말로 남을 속이며 장난을 치는 날이다. 이 만우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풍습은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을 뿌아송 다브릴(Poisson d'avril)이라고 부른다. 이 날의 기원은 고대에서부터 뿌리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 필리프 라브로(Philippe Labro)는 긴 전통을 가진, 진정한 만우절의 의미가 “가짜뉴스 때문에 오늘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애석해 한다. “사람들은 지어내고 아무 말이나 한다. 대중을 속이거나 선동하려고 일부러 날조된 정보를 흘려보내는 것으로 정의되는 가짜뉴스는 인터넷에서 그 어떤 컨트롤을 받지 못한 채 번식하고 있다.” 라브로는 이를 SNS 시대에 만연하는 ‘지구전역의 페스트(peste universelle)’라 부른다. “여러분은 허풍을 떨거나 거짓말, 험담, 사기를 치거나 떠벌릴 권한이 있다. 그러나 그 도가 한계를 넘었다.” 지식인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떠도는 정보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가짜뉴스는 SNS 공간을 넘어서고 있다. 라브로는 그 예로 지난 3월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 350억 달러 상당의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를 주문한 뉴스를 들었다. 한 외신에 따르면 이 주문은 이미 존재한 계약서를 재생산하고, 이미 한 계약을 또 다시 반영함으로써 인위적으로 부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마저 가짜뉴스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라브로는 “도널드 트럼프가 이 도구를 전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만 그런 것은 아니다. SNS가 탄생하기 이전 이미 다른 미국 대통령이 사용했다. 2002년 10월7일, 조지 W. 부시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화학무기를 만든다며 미국의 군사개입을 정당화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큰 거짓말이었고 가장 잔인한 학살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가짜뉴스가 우리 시대 정치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확대·재생산되며 민주주의를 수렁에 빠뜨리기도 하는 가짜뉴스는 특히 선거철에 범람한다. 이를 막기 위해 프랑스 국회는 지난해 정보조작 관련법을 채택했다. 이 법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플랫폼에 적용해 선거개입이나 조작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오는 5월에 있을 유럽선거로 SNS에 선거광고들이 넘쳐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투표를 독려하는 프랑스 정부의 영상필름을 폐쇄하도록 조치해왔다. 그러나 트위터는 결국 프랑스 내무부가 다음 달에 있을 유럽선거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결정은 프랑스 정부와 트위터 책임자들의 회의 직후 이루어졌다. 세드리크 오(Cedric O)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은 “나는 트위터가 정부의 선거 캠페인을 허용해줘서 기쁘다. 우리는 계속해서 정보조작 관련법 적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트위터 측은 “민주주의는 투명성과 규칙이 필요하다. 정보조작에 관한 법 제정으로 우리는 선거 캠페인에서 투표장에 가도록 독려하는 모든 광고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많은 논의 끝에 선거 참여를 격려하는 광고만을 허용하도록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도 가짜뉴스에 강력 대응한다는 말만 하지 말고 콘텐츠 플랫폼 업체들과 논의해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강력한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 지금 한국의 유튜브를 보면 가짜뉴스의 정도가 위험수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자기 이름이나 얼굴을 걸고 하는 방송임에도 허풍을 떨거나 거짓말, 험담, 사기를 치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다간 라브로의 말처럼 전국이 ‘가짜정보 페스트’로 뒤덮일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전염병을 정부만 나서서는 진화할 수 없다. 시민들의 동참이 필요하다. 저질 뉴스에 절대 눈길도 주지 마라. 시청자, 독자가 없는 뉴스는 발을 붙일 수 없는 법이다. 지금처럼 댓글을 달아주고 호응한다면 필시 가짜뉴스 천국이 될 것이다. 투명한 민주주의 속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것들을 지키며 살고 싶으면 여러분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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