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전관예우의 하나로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채 수사나 내사 중인 형사사건 무마 등을 조건으로 거액의 수임료를 받는 ‘몰래변론’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17일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선임계 미제출 변론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보고 받고 "대한변호사협회 전관비리신고센터 등의 몰래 변론 징계 처분 내역, 언론 보도,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운호씨의 상습도박 사건 등에서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몰래 변론'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심의했다.
이어 "특히 정운호 상습도박 사건을 몰래변론했던 홍만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직접 면담하고 수사 상황을 파악한 뒤, 정씨에게 '수사 확대 방지 구형 등 최소화에 힘써 보자', '추가 수사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이야기됐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홍 변호사의 '영향력 행사를 통한 사건무마 시도가 검찰권 행사 왜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검찰이 정씨를 상습도박 혐의로만 기소하고 처벌이 더 무거운 업무상 횡령에 대해 아무런 결정과 처분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과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이 최근 10년 간(2009년 1월1일~2018년 8월20일) 대한변호사협회의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에 대한 몰래 변론 관련 징계처분 내역을 조사한 결과, 대한변협 전관비리신고센터 등에 총 126건이 접수됐고 대한변협은 이 가운데 66건 55명의 전관 변호사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유형별로는 제명 2건(1명), 정직 8건(6명), 과태료 50건(42명), 견책 6건(6명) 등으로 대부분 과태료 처분에 그쳐 솜방망이 징계라는 지적을 받았다.
과거사위는 현행 검찰의 '형사사건 변론기록' 제도를 개선해 검찰 형사 사건에 관한 기본 정보를 온라인 등을 통해 신속히 제공해 직접 변론의 필요성을 줄이고, 검찰청 출입기록과 연계한 변론 기록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의 방법으로 변론 기록 작성 누락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수사 및 지휘검사의 몰래 변론 허용, 변론기록 미작성 또는 허위작성 등에 관해 감찰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에 관해 적극 징계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전관 변호사가 수사 실무자는 물론 지휘 라인의 고위직 검사를 만나 변론하면서 수사와 처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검찰 처분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허용 사유, 변론 내용, 변론 후 수사검사 등 하위 검사에 대한 지시 유무 및 지시사항 등을 의무적으로 기록하게 하는 등 관련 제도의 개선을 권고했다.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는 상습도박 혐의로 검찰 내사를 받던 정씨에게 수사 확대를 막아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고 구명 로비를 벌여 논란을 낳았다.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에게 뒷돈을 받고 수임신고 57건을 누락한 혐의로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정운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홍만표(왼쪽에서 두 번째) 변호사가 지난 2017년 6월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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