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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퀄컴과의 30조원 소송 극적 합의…5G폰 출시 빨라지나
인텔은 5G 모뎀칩 포기…‘5G폰 시장 선도’ 삼성·LG도 긴장
2019-04-17 20:00:00 2019-04-17 20: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미국 애플과 퀄컴이 소송액 최대 270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하는 세기의 특허분쟁을 접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적으로 제기한 각종 소송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 애플이 당장 5G 스마트폰 출시가 급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합의는 IT업계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5G 모뎀칩 개발을 중단했고 ‘5G폰 시장 선도’를 외쳤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발걸음은 급해졌다.
 
애플과 퀄컴은 16일(이하 현지시간) 각각 성명을 내고 “특허 소송과 관련해 합의를 이뤘고 양측이 전 세계적으로 제기한 각종 소송들을 일괄 취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합의로 양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했던 각종 소송 약 80건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6년 간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계약 종료 후에는 양측 모두 ‘2년 연장’ 옵션을 갖기로 했다. 애플은 퀄컴에 일시불로 불특정금액의 로열티를 지급할 방침이다. 이번 합의는 4월1일부로 효력이 발생한다.
 
퀄컴과 애플이 30조원 규모 소송에서 극적인 합의를 이뤘다. 사진은 퀄컴의 CES 2019 부스. 사진/AP뉴시스
 
이번 소송은 2017년 1월 애플이 퀄컴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애플은 통신 모뎀칩을 공급하는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했다고 주장하며 최대 270억달러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반면 퀄컴은 로열티 부과방식에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로열티 지급계약을 위반한 애플이 70억달러(8조원)를 배상하라고 맞섰다.
 
이로부터 애플과 퀄컴의 협력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애플은 퀄컴으로부터의 모뎀칩 공급을 중단하고 인텔과 협업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5G 상용화가 시작되면서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텔은 5G 모뎀칩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년에야 제품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은 삼성전자에 5G 칩 공급을 요청했지만 삼성전자는 공급량 부족을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화웨이가 5G 칩 공급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그 사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5G를 출시했고 LG전자도 V50 씽큐 출격을 준비 중이다. 중국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도 5G 스마트폰 출시를 대기하고 있다. 애플은 내년에도 5G 스마트폰을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애플은 5G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퀄컴과의 화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애플은 5G 아이폰 출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5G 스마트폰 출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애플이 졌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애플의 입지가 불리했다”면서 “애플이 퀄컴 칩을 받으면 올해 하반기 5G폰 출시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과 퀄컴의 이번 합의는 향후 글로벌 IT업계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선 인텔은 5G 모뎀칩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기존 4G 스마트폰 모뎀 제품군에 대한 현재의 계약은 계속 이행하겠지만 2020년에 출시할 예정이었던 제품을 포함해 스마트폰 5G 모뎀 제품을 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5G 네트워크 사업은 지속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위기와 기회가 모두 존재한다. 당분간 양사는 갤럭시S10 5G와 V50 씽큐를 내세워 북미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아이폰 5G 모델의 출시가 예상되면 애플에 대한 로열티가 높은 북미시장 고객들이 5G폰 구매를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삼성전자는 인텔의 5G 모뎀칩 시장 이탈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퀄컴, 화웨이와 함께 글로벌 3대 5G 모뎀칩 공급회사가 됐다. 또 다른 전자업계 관계자는 “특허분쟁이 종료되자마자 IT업계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당분간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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