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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2050)19-총선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미세먼지
미세먼지 등 재난대응과 국민안전 대책이 유권자 최우선 관심사항으로 부각
환경문제에 재정투자하는 '그린뉴딜', 사회적비용 낮추고 일자리창출
2019-04-22 06:00:00 2019-04-22 06:00:00
2020년 4월15일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정부 3년차에 접어드는 이 선거에서 최대 쟁점은 무엇일까.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제기할 것이며, 정치평론가들은 경제이슈를 거론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 선거의 최대 쟁점은 6주기에 접어든 세월호문제 해결과 미세먼지다. 세월호 6주기를 하루 앞두고 치러질 선거에서 이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정당은 심각한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다른 쟁점은 미세먼지다. 유권자들은 올해 2~3월에 가장 숨 막히는 공기의 질을 경험, 이 문제에 첨예하게 반응할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직접적 선거쟁점이라면 숨 쉬는 권리를 억압받는 건 하루라도 참기 힘든 치명적 이슈다. 어느새 한국사회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선거의 핵심쟁점으로 미세먼지가 등장하고 있다. 환경문제가 선거에서 결정적 변수가 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숨 막혀 못살겠다"…핵심 선거쟁점 된 '미세먼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에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권고하고 있다. 개별국가인 한국에 이례적으로 9조원 정도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까지 강조했다. 이 권고에 따라 한국 정부가 선제적 경기부양을 한다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린뉴딜'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은 '미국 경제부흥 및 재투자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다루어진 게 그린뉴딜 일자리였다. 한국 정부도 경기부양책을 쓴다면, 제일 먼저 다뤄질 분야가 그린뉴딜 일자리일 것이다. 다만 미국과 차이가 있다면, 그린뉴딜이 미국에선 고용문제의 심각성에서 출발한 반면 한국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점이다.
 
3월6일 사상 첫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6일 연속 시행된 가운데 서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정부가 40%대의 지지율을 지키는 힘은 강원도 산불사태 대응책 등으로 보여준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다. 대통령 지지율에서 40%는 결정적 방어선이다. 이 지지율이 무너지면 그 정부는 급속히 레임덕에 빠진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행정부 내에서 관료에 대한 통제력과 공직기강이 무너지고 여당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생겨난다. 정부가 경제에서 성과를 내는 데 한계를 보이지만 4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가장 큰 동인은 산불사태 등에서 보여준 정부의 신속한 대응 덕분이다. 국민들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1970년대처럼 경제성장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 안전에 관해 절대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미세먼지 정책이 등장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내년 봄에는 올해보다 더 심각한 미세먼지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미세먼지는 '예정된 위험'이다. 미리 일어날 일에 대해 정부가 대응을 잘 할 경우 국민의 신뢰는 급증하는 반면 시간만 허비하면서 대책도 없이 재앙이 재발하면 치명적인 비난을 받게 된다. 내년 3~4월에도 미세먼지 대란이 발생한다면 현재 정부와 여당은 총선에서 참패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반면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는 게 현재의 과학기술 역량으로는 어렵지만 적어도 1년간 예정된 위험에 대해 정부가 할 만큼 했다는 국민적 신뢰가 쌓인다면 정부와 여당은 총선에서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2019년 대통령 지지율의 지렛대가 강원도 산불사태에서 보여준 국민 안전에 대한 신뢰라면 2020년 총선에서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안전판은 미세먼지가 될 게 분명하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환경문제가 첨예한 정치쟁점으로 등장한 것이다. 환경문제에 둔감한 한국 정치현실을 고려하면 이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한국, OECD 38개 회원국 중 대기오염 '최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삶의 질 지수에서 환경분야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환경문제가 핵심 정치쟁점이 될 것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환경분야 중 대기오염은 한국이 27.9마이크로그램(㎍)으로 만년 꼴찌, OECD 중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하다. 인접한 일본은 대기오염이 13.8㎍으로 19위다. 대기오염과 수질 만족도 등이 심각해지면 인간은 하루도 견디기 힘들어진다. 한국인들은 올해 2~3월에 대기오염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치명적인지 절감했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가 한국 정치의 한가운데로 들어선 순간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경기 파주시의 미세먼지 저감 관련업체를 방문, 노후 엔진과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신형 엔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이 30년 이후의 국가 미래비전으로 OECD 삶의 질 10위 전략을 추진한다면 환경분야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환경분야에 대한 삶의 질 측정은 간단하다. 인간 삶에 치명적인 대기오염과 수질 만족도 등 두 가지 기준으로 측정된다. 한국이 만년 꼴찌를 하는 대기오염 지수 측정에 사용되는 수치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다. 이는 개별국가의 측정치 대신 인공위성 관측치와 화학 전달모델(Chemical Transport Model)을 이용해 조사한 수치를 적용한다. 한국의 대기오염 정도는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다. OECD의 PM2.5 농도는 2005년 14.7㎍에서 2013년 13.9㎍으로 조금씩 개선되는 추세지다. 한국의 PM2.5 농도는 2005년 26.8㎍에서 2011년에 23.0㎍까지 개선되다가 그 후 27.9㎍으로 다시 악화됐다. 2013년 기준 한국의 PM2.5 농도는 OECD 평균보다 2배 높다.

국내에서 측정한 PM2.5의 전국 평균농도는 26㎍ 수준으로 OECD 삶의 질 지수 수치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PM2.5에 대한 공식적 측정은 2015년부터 시작됐다. 2016년 기준 주요 도시의 PM2.5 농도는 23~27㎍ 정도로 광주와 대전, 울산 등이 23㎍ 부산과 춘천은 27㎍이었으며 서울은 26㎍으로 조사됐다. 한국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정치의 핵심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건 이런 수치만 봐도 당연한 순서였던 셈이다.

환경분야의 다른 지수인 수질 만족도를 보면 한국은 77.8%로 OECD 회원국 중 26위다. 대기오염 측정이 과학적 자료와 객관적 지수로 집계되는 것과 달리 수질 만족도는 설문조사를 통한 주관적 평가로 구성된다. 질문내용은 '당신이 사는 도시 또는 지역의 수질에 만족합니까'이다. 2005년 이후 한국의 수질 만족도는 75~80%로, OECD 평균보다 낮다. 한국에선 통계청이 사회조사의 한 분야로 수질 만족도를 측정하고 있는데, 2012년 이후 지수가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의 수질 만족도 조사에서 '매우 좋다'와 '약간 좋다'를 다 더한 비율은 2012년 36.9%에서 2016년 33.1%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미대촉)'이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8회 미세먼지 대책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치명적 문제로 등극한 미세먼지…총선·국가 미래비전 좌우
 
국가 미래비전은 앞으로 30년 이후인 2050년에 OECD 삶의 질 지수 10위 달성이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설계할 수 있다. 분야별 목표에 대해선 30년이라는 중장기 일정에 맞춰 차근차근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점진적 정책과 달리 당장 시급한 정책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분야도 있다. OECD 삶의 질 지수를 기준으로는 환경분야, 특히 대기오염이 대표적이다. 대기오염은 한국사회에서 치명적 문제영역으로 진입했다.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지금부터라도 시민들이 수긍할 미세먼지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경기부양책과 추경에서도 미세먼지 대책이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은 몇 가지로 요약된다.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통제하는 한편 중국 등과 이 문제를 동아시아의 핵심정책 아젠다로 공론화하는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당장에 석탄화력발전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 없다 하더라도 겨울철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통제, 봄철 미세먼지 발생을 최소화하는 대책이 올해 하반기 중엔 나와야 한다. 경유차 운행은 겨울철부터 차량 2부제 실시 등을 추진해야 한다. 대형 빌딩의 옥상 등에 물을 뿌릴 수 있는 스프링클러를 설치, 미세먼지가 심해질 내년 봄에 스프링클러로 도심에 물을 뿌려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3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제367회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실내공기질 관리법, 미세먼지 저감 특별법 개정법률안 등 미세먼지 긴급대책 7개 법안이 통과됐다. 사진/뉴시스
 
공공 도서관과 구청 등 공공건물에 대형 공기청정기를 설치, 미세먼지가 심해진 날엔 시민들이 깨끗한 공기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대책도 생각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대응한 공공건물 청정환기 사업을 지하철과 공공기관, 경로당, 학교 등에 보급할 경우 연간 2만개의 장소에 2억원씩, 총 2조원 정도를 재정을 투자하는 게 정책대안이다. 이 경우 기대효과는 연간 매출 4조원, 연간 일자리 1만명 창출, 사망자 138명 감소 등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이나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기 미래비전 2050의 목표로 OECD 삶의 질 10위 달성을 추진할 때 미세먼지 대책 등 대기오염 해결은 적어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가장 절박하고 첨예한 문제가 됐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소홀히 대할 수 없다. 내년 총선은 미세먼지 대책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멀게 만 느껴지던 환경 정치가 한국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담론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임채원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 필자 소개 : 필자는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로, '미래, 문명, 평화'와 국정아젠다를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행정학을 전공했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장으로 국내 26개 국책연구소의 국정 정책담론을 기획·평가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국가비전2040을 수립하는데도 참여 중이다. 30년 후의 국가비전을 모색하는 이번 기획은 격주로 총 30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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