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30여년 사격·집회 소음 노출돼 '난청'…뒤늦게 발병해도 산재"
"업무상 재해 인과관계는 기존 질병 유무, 업무 성질과 근무 환경 등 간접 사실로 입증되면 충분"
2019-04-23 09:00:00 2019-04-23 09: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경찰관 근무 중 사격과 시위 진압이 원인이 돼 소음성 난청이 생겨 청력을 손상 당했다면 그 증상이 30여년 뒤에 나타났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하석찬 판사는 30년 이상 근무한 경찰공무원으로서 주기적인 사격훈련 및 집회·시위 진압 업무에서 각종 소음에 노출 돼 소음성 난청 등이 발병한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가 수행한 공무와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발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하 판사는 동료들의 진술서 등에 의하면, 원고는 임용 후 1983~1987년까지 청와대 경비를 주 임무로 하는 101경비단에서 매월 소총 및 권총 사격 훈련을 받았고, 일선 경찰서 소속으로 근무하면서도 사격훈련을 받았던 사실, 집회·시위 현장 관리책임자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확성기 소음에 노출되고, 소음이 큰 현장에서 보안을 유지하며 경찰 무전을 청취하기 위해 무전기 볼륨을 크게 틀고 이어폰을 낀 채 업무를 수행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연구에 의하면, 소총 사격으로 발생하는 고음압의 충격성 소음은 1회성 노출만으로도 영구적 청력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단시간 내 갑작스런 큰 소리에 노출된 후 일어나는 급성 음향외상은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원고는 사격훈련 중에 발생하는 사격음에 노출돼 급성 음향외상이 발생한 결과 난청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은 A씨가 2009~2013, 2015~2016년 받은 일반건강검진의 청력검사 결과 양측 청력 모두 정상판정을 받았다가, 2017좌측 귀 정상, 우측 귀 비정상판정을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2016년 검진 이후 수행한 공무만 인과관계대상으로 판단해 201711A씨의 공무상요양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 A씨는 이듬해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서도 심사 청구가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그러나 하 판사는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내역 등에서 이미 1980년대부터 몇 차례 상세 불명의 청력 소실 및 이명 등으로 치료받은 내역이 나타나고, 법원 감정의는 일반건강검진에서 시행되는 청력검사는 이비인후과에서 시행되는 청력검사 방법과 다른 경우가 많다는 소견을 제시한 데다, 소음성 난청은 발병 초기엔 자각할 수 없다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돼서야 인지하게 돼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이미 훨씬 이전부터 발병해 청력 악화가 진행돼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하 판사는 이외 A씨에게 다른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 원인이 확인되지 않고, 단순 노화로 인한 난청이라면 A씨 경우처럼 완전 비대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다는 의학적 소견 등의 정황도 참작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