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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스크린 상한제’ 적용 받게 된다면
박양우 문체부 장관 ‘스크린 상한제’ 도입 적극 검토
2019-04-24 15:38:15 2019-04-24 15:38:2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영화계의 풀리지 않는 해묵은 숙제이다. 지난 달 취임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스크린 상한제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어벤져스: 엔드게임개봉 즈음에 이 문제가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24일 오전 7시 국내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4시간 30분이 지난 11 30분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개봉 영화 사상 역대 최소 시간 기록이다. 개봉 전 사전 예매량만 200만을 넘어섰다. 개봉일인 이날 어벤져스: 엔드게임스크린은 2855. 국내 유효스크린의 90% 이상을 점령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예매율이 97%에 달하는 만큼 스크린 점유율 역시 상승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상영점유율로 넘어가면 더욱 편중된다. 전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78%의 상영점유율을 보인 바 있다. 상영점유율은 일별 전체 상영횟수에서 특정 영화의 상영 비중을 말한다. 전체 10번 상영 가운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7~8회 정도 상영을 했단 의미가 된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사실상 90%가 넘을 것으로 보인다.
 
 
 
박양우 장관 내정 당시 영화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반독과점 영화인대책위원회는 박 장관의 CJ ENM 사외이사 경력을 문제 삼아 극렬한 반대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영화계 생태계의 대기업 수직 계열화와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CJ ENM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단 게 이유다. CJ ENM은 영화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극장 사업자인 CJ CGV를 갖고 있다.
 
박 장관은 최근 스크린 상한제검토에 적극 나서겠단 입장을 밝혔다. 취임 전 자신에게 쏟아졌던 반대 여론을 의식한 입장 발표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선 결코 달갑지 않은 문제다. 먼저 시장 논리에 대한 제반 사항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법 적용이 거론된다.
 
한 극장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한다면서 스크린 독과점을 해결하기 위해 스크린 상한제가 도입된단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에 따르면 어벤져스: 엔드게임과 같은 수요가 폭발하는 영화가 이 제도에 적용을 받는다면 중소 영화들의 피해가 더욱 가중된단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하루 상영 비율을 제한한단 내용이 스크린 상한제이다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상영 일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중소 영화입장에선 스크린을 배정 받을 수 밖에 없지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단 점에 대해선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모두가 죽는 공멸 상태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 비수기 시즌을 예로 들었다. 23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으로 보면 박스오피스 TOP10 리스트 가운데 좌석 판매율이 평균 6%를 넘지 못했다. 이 개념은 100석 기준의 상영관에 6명이 넘지 않은 관객만이 들어찼단 얘기이다.
 
또 다른 극장 관계자 역시 영화계에서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거론할 때 극장 측이 상영관을 대작 영화에 몰아주고 있어서 작은 영화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얘기한다면서 그러면 비수기 시즌이 도대체 왜 있는 것일까 묻고 싶다. 어차피 관객들은 극장을 찾는 기준의 절대치가 시즌이 아니다. 관심이 있는 영화에 몰린다고 하소연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뉴시스
 
이 관계자는 스크린 상한제도입이 결정되면 극장 측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점, 이에 따른 손실 보전에 대한 제도적 마련(영화발전기금 지원 여부), 기타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부터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객들의 수요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이란 점은 마블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면서 국내 작은 영화들의 도태나 자연스러운 퇴출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근간을 흔들 수는 없다. 스크린 상한제는 분명 국내 영화 시장에선 맞지 않는 제도이다. 다른 대안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이 적극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나선 스크린 상한제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류’(영비법) 개정안이 토대가 될 전망이다. 이 개정안을 살펴보면 6편 이상 영화를 동시 상영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 극장은 같은 영화를 오후 1시부터 밤 11시까지 이른바 프라임 시간대에 총 영화 상영횟수의 50% 이상을 초과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스크린 상한제적용을 받게 되면 지금과 같은 수요가 발생할 경우 상영 일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확률이 높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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