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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안되는 국민소득 3만달러…"기업만 부유해졌기 때문"
20년간 기업소득 연 9.8% 증가…가계소득은 5.6% 상승 그쳐
2019-04-29 06:00:00 2019-04-29 09:09:3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어섰으나, 국민들은 좀처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가계가 아닌 기업 주도로 GNI 지표가 개선된 탓이다. 해당 통계에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 소득이 포함되는데, 지난 20년 동안 GNI에서 가계소득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기업소득 비중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8일 한국은행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3449만4000원으로, 미 달러화 기준 3만1349달러를 기록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 1994년 1인당 GNI 1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2006년 2만달러, 2018년 3만달러를 각각 달성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으로 간주된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구조가 선진화됐으며, 개인의 삶의 질도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을 상징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1인당 GNI 3만달러 달성은 선진국 진입으로 인식된다"며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의 경제활동을 보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 국민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GNI는 기업·정부소득도 포함돼 개인이 체감하는 소득수준과 다를 수 있다"며 "체감 경기는 가계소득과 처분가능소득 통계에 더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GNI에서 차지하는 가계소득의 비중은 줄고, 기업소득의 비중은 늘었다. 쉽게 말해 '기업만 부유해졌다'는 의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1998~2017년 GNI 대비 가계 및 기업소득 비중 추이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72.8%에서 2017년 61.3%로 11.5%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13.95에서 24.5%로 10.6%포인트나 증가했다. 
 
이처럼 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기업소득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1998~2017년 기간 중 가계소득의 증가보다 기업소득의 증가가 더 빨랐기 때문이다. 김민창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 기간 중 국민총소득(명목금액 기준)은 연평균 6.6%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가계소득은 연평균 5.6% 늘어난 반면 기업소득은 연평균 9.8%의 증가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인당 국민총소득 3만달러 체감을 위해서는 가계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조사관은 "가계소득을 구성하는 피용자보수(임금), 자영업자의 영업이익, 재산소득 등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며 "가계의 소득 증대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상황 개선, 영세자영업자의 이익개선 등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기업 위주의 성장 탓에 가계소득 증가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서비스산업 육성 등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 국민들이 안정적인 소득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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