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1분기 부진의 연속…향후 전망도 ‘우울'
반도체 업황 연말에야 개선…화학은 대외적 위험 요인 산재
입력 : 2019-05-02 00:00:00 수정 : 2019-05-0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홍·왕해나 기자] 1분기 실적을 공시한 4대 그룹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주요 업황둔화의 영향이다. 특히 반도체 업황 하락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가 전자, 화학 업계의 악재로 작용했다. 2분기에도 실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당분간 주력 산업의 위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4대 그룹에 따르면 이날까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의 13개 상장 계열사 중 절반에 가까운 6개 계열사가 실적 하락을 나타냈다. 삼성화재보험, 삼성생명보험, 삼성증권 등 나머지 3개 계열사는 이달 중 실적 발표 예정이다. 무엇보다 삼성 전체 실적의 약 87%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부진이 뼈아팠다.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6조2000억원으로 작년 동기(15조6422억원)보다 60%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 업황 탓이었다. 삼성전자는 생산량 조절에 돌입한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수요 전망과 재고 수준 등을 따져본 뒤 생산라인 최적화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 계열사 중에서는 삼성SDI가 지난해 1분기보다 65% 증가한 11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삼성전기가 같은 기간 24% 증가한 190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선전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ESS 화재로 인해, 삼성전기는 IT제품 수요 둔화 때문에 전 분기 대비해서는 각각 52%, 25% 감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고 삼성중공업은 6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중이다.
 
 
 
SK그룹 18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계열사는 총 4곳. 이들 중 전년 대비 실적이 오른 곳은 SK머티리얼즈 한 곳뿐이었다. 특히 그룹 전체 실적을 이끌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전년 동기 대비 69%나 급감한 1조366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D램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탓에 지난해 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가격 하락세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SK하이닉스는 D램 캐파(생산능력)은 늘리지 않고 낸드플래시는 일부 수익성이 떨어지는 제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석유사업의 부진이 전체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다음달 7일 실적을 발표하는 SK텔레콤도 25%요금할인의 여파로 전년 동기보다 2~3% 줄어든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LG그룹의 1분기 성적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LG그룹의 12개 상장 계열사 중 7개 계열사가 실적을 발표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실적이 증가한 곳은 LG생활건강 한 곳 뿐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 흑자에서 다시 1320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LG이노텍도 주요 고객사 애플의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1분기 적자전환했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가 분기 최대 실적을 내며 선전했지만 스마트폰 사업(MC사업본부)은 16분기 연속 적자로 전사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LG전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MC본부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 역시 ESS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과 자동차·IT 분야의 계절적 영향으로 출하량이 줄면서 58% 하락한 27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대차그룹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지난해 최악 실적에서 다소 회복한 정도다. 11개 상장 계열사 중 8개 계열사가 1분기 실적을 내놨고 5개 계열사의 실적이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이 각각 21%, 94% 올랐다. 신차인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의 판매 호조에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에 따라 부품사인 현대모비스와 운송 업무를 맡는 현대글로비스도 호실적을 받아들었다. 현대모비스는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4937억원,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기간 23% 증가한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24% 하락했고 현대건설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영업이익이 6% 떨어졌다.
 
4대그룹은 2분기에도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삼성과 SK그룹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자분야는 메모리 반도체 경기 개선이 요원하다. 2분기에 들어선 지난달에도 D램 가격은 12.3%, 낸드플래시 가격은 3.2% 떨어졌다.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반도체 업계는 하반기 데이터센터 고객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모바일 고객들의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며 연말이 돼서야 수급불균형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학분야 실적 개선은 미중 무역 분쟁 타결 여부와 중국 정부의 부양책, 국제해사기구(IMO)의 IMO2020 규제 시행에 따른 저유황유 판매 수익 증가 등 대외 요인에 달려있다. 또 국내 ESS 화재로 인해 가동이 중단되면서 매출이 떨어지고 배터리 부문에서는 회사간 법적분쟁을 벌이는 등 경쟁이 격화돼 실적 개선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앞세우고 있지만 중국 시장 회복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시장 수요가 정체를 보이고 있는 점도 위험요소다. 
 
김재홍·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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