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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최용준 룰루랩 대표 “단 10초 만에 AI로 피부의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죠”
“피부로 질병까지 관리해 인류의 삶을 증진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2019-05-03 06:00:00 2019-05-03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피부로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을까. 이런 아이디어로 출발한 기업은 3년 후 10초 안에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피부를 분석할 수 있는 기기를 내놨다. AI 스타트업 룰루랩과 제품 루미니의 이야기다. 룰루랩은 2016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에서 출발했다. 이듬해 3월에는 삼성전자에서 분사해 어엿한 독자적 기업이 됐다.
 
룰루랩은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수상, 스마트 디바이스 쇼 2018 톱 10 선정, CES 2019 혁신상 등을 잇달아 받으면서 기술력을 입증 받았다. 제품을 출시하자마자 전 세계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 유럽, 중동 등 10여개 국가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전 세계 피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목표다. 헬스케어와 삶을 연결시켜 인류 삶의 발전을 가져오는 게 비전이라고 말하는 최용준 룰루랩 대표를 지난달 30일 양재동에서 만났다.
 
번쩍. 눈앞에서 세 번의 불빛이 번쩍였다. 눈을 살포시 뜨자마자 어느새 연결된 태블릿에는 기자의 피부 상태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었다. 전날 음주의 여파는 처참했다. 주름, 색소침착, 붉은기, 모공, 피지, 트러블까지 6개 항목의 점수가 가차 없이 매겨졌다. 풀메이크업을 하고 있었음에도 멀티 스펙트럼 광이 피부 표면부터 피부 안쪽 상태까지 스캔해 민낯 그대로 외출한 느낌이었다. 
 
루미니로 측정한 기자의 이날 피부 상태. 사진/뉴스토마토
 
스킨케어 항목을 두드리자 기자의 피부 상태에 알맞은 제품이 추천됐고 쇼핑몰로 연결돼 바로 구매까지 할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측정을 하게 되면 피부에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어떤 화장품이 잘 맞고 맞지 않는지도 알 수 있다. 만약 피부주기에 따라 관리를 잘 하는 경우와 잘 하지 못한 경우 시뮬레이션으로 미래의 얼굴상태까지 볼 수 있다. 
 
최용준 룰루랩 대표는 “일반 화장품 매장에서 쓰이는 피부측정 기기는 10년 이상 된 기술”이라며 “디바이스에 센서를 붙여 피부에 갖다 대기 때문에 국소 부위만 측정이 가능하다. 피부과에서는 큰 사이즈 통에 얼굴을 집어넣고 측정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10~15분정도 걸리고 작동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일회성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룰루랩이 만든 피부 관리 기기인 루미니는 AI 기술을 요소에 배치하고 소형화 시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피부의 스토리 관리를 통해 진단 이후에는 적절한 화장품 구매로 이어지게 했다. 최 대표는 “보통 피부 주기가 28일인데 우리는 화장품 구매 주기를 60일로 본다. 피부 주기가 2번 돌았을 때 맞춰 예전에 피부 상태가 어땠는지 다음에 무엇을 쓰면 좋은지 추천을 한다. 추천을 하는 알고리즘도 2년 반 이상 개발했다. 화장품 성분, 유해성, 화장품 간의 조합까지 고려해서 추천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본인 피부에 맞는 ‘닥터’가 생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뷰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인류의 삶의 질이 증진시키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 미국 코넬대학교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에서 유전자 분석을 연구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유전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분야였다. 질병 관리의 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질병도 유전적인 부분 외에는 예측이 어려웠다. 그러면서 후천적인 질병이 생기면 얼굴에 먼저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피부 데이터를 분석해서 질병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최용준 룰루랩 대표. 사진/룰루랩
 
뷰티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꾸준히 성장하는 산업임에도 신기술의 출현은 느렸다. 최 대표는 그 이유를 데이터의 부재에서 찾았다. 최 대표는 “피부 데이터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었고 뷰티 시장이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첫 번째 시장이라고 생각해서 타깃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왔다. 그는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다음으로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를 점찍었다고 하는데 이것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헬스케어와 관련된 기술 이해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플랫폼이든 다른 곳에 퍼뜨리기 위해서 입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업에 대한 꿈과 헬스케어 사업에 대한 비전은 뚜렷했다. 최 대표는 삼성전자 C랩이라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1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루미니 솔루션을 개발했다. 그는 “C랩에 들어가면 인사권을 줘서 각 부서에서 원하는 인력을 뽑을 수 있게 해준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1년 후에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준비기간을 갖고 분리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에서는 책임의 범위도 넓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세상에 펼쳐볼 수 있고 테스트를 받아볼 수 있다. 본인이 처음으로 생각했던 타깃 계층이 맞지 않으면 다른 타깃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 생각을 유연하게 바꿔갈 수 있는 점이 스타트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 대표도 처음에는 B2C(소비자거래)를 타깃으로 했다. 그는 “처음에는 B2C를 먼저 하려고 했었고 휴대폰에 끼우는 렌즈 형식으로 하려고 했다. 시장조사를 하고 실제적으로 뷰티 시장과 피부 데이터 시장을 봤을 때 B2C는 시장조차 없었다. 휴대폰에 적용하는 렌즈는 형태가 갖는 한계가 있었고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어려웠다.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측정하는 헬스케어 정보가 효용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의료기관을 찾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룰루랩의 루미니로 피부를 측정하는 모습. 사진/룰루랩
 
사업 방향을 튼 이후 루미니는 날개를 달았다. 이미 유럽 내 4800여 매장을 보유한 약국 체인 유니파르코에서 주문한 데 이어 미국 P&G 본사에서도 구매해갔다. 최근에는 연간 1억명이 방문한다는 UAE 두바이몰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도 제품을 전시했다. 그는 “3월에 상용 버전이 나왔는데 한 달반 만에 10개 국가에 진출했다. 처음 CES 삼성전자 소속으로 나갔을 때부터 바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B2C로도 사업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개인적인 목표와 회사의 비전이 일치되고 이 비전에 공감하는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처음 5,6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22명까지 늘었다. 최 대표는 “인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게 비전이다. 첫 번째 스텝은 피부 데이터를 통해서 뷰티 시장을 연결시키는 것으로, 전 세계 피부 데이터를 모두 모으려고 한다. 최소한 3년 안에 1억개 이상의 피부 데이터를 모으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다음에는 피부 데이터를 헬스케어 관련된 생체 신호라든지 건강(사람이 어떤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 결합하는 것이며, 최종 목표는 피부만을 갖고 질병을 예측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비전과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을 남겼다. 그는 “본인이 하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명확하게 주지 시켜줄 수 있는 게 비전과 목표라고 생각한다. 룰루랩도 그게 확실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더라도 이겨낼 수 있었다. 또 어떤 부분에서 위험 요소가 있고 어떤 점에서 뭘 고려해야 할지 노하우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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