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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테마주 주총은 찬밥…섀도보팅 폐지 후 ‘된서리’
정족수 부족 안건부결 회사 바이오·제약 업종에 속출
2019-05-06 12:20:26 2019-05-07 13:23:3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바이오 테마주로 인기가 높은 중소 바이오·제약업체들이 정작 회사 운영 방침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선 주주들에게 찬밥신세다. 단기 투자 목적이 큰 만큼 주총 참여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이들 업계가 섀도보팅 폐지 후 줄줄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 처리가 막히면서 자칫 상장폐지될 위험에도 처하는 등 된서리를 맞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 상장 업체들이 섀도보팅 폐지 이후 주총 안건 처리에 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주총시즌 당시 바이오업체 네이처셀은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회사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전체 주주 대상으로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위임장 발송)하는 한편, 기관 등에 의결권 위임요청 공문 발송 등 의결권 확보 노력에도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됐다고 설명했다. 유전체 분석업체 디엔에이링크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정관 변경 안건을 처리하지 못했다. 생명과학업체 씨트리는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 안건을 상정조차 못했다. 의료기기업체 솔고바이오는 역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 건뿐만 아니라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사내이사 선임 등 모든 안건이 부결됐다. 마찬가지 의료기기업체인 루트로닉과 메타바이오메드 등이 의결정족수 문제로 각각 감사 선임, 정관 변경 건이 취소되는 등 헬스케어 업종에 다수 안건 부결 회사들이 속출했다.
 
섀도보팅 폐지를 앞두고 업체들은 미리 감사를 변경하는 등 대비를 했었지만 임기가 만료되며 부결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회사 수는 총 183개사로 지난해 76개사보다 2.4배나 증가했다. 더욱이 헬스케어 업종은 바이오 테마주로 엮여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한 개인 소액주주 비중이 높다. 따라서 주주들의 회사 운영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섀도보팅 폐지 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은 어느정도 예측돼 왔다. 바이오·제약 회사들은 신약 개발 등 R&D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는데 상장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로 자칫 상폐될 위험이 따르는 이들 업종이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
 
간신히 정족수를 채워 감사 선임에 성공한 한 제약업체는 개인 주주가 많아 위임장을 받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준비기간을 늘리고 상당히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했다. 외국계 기관들에게 회사에 투자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팔방으로 노력한 결과, 겨우 주총 이슈를 넘겼다라고 하소연했다. 앞으로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란 불안감을 털어놓은 것이다.
 
금융위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러 방안을 내놨다. 그 중 사업보고서 등을 주총 소집 통지 때 제출하도록 해 3월에 집중됐던 정기 주총을 5~6월로 분산시키는 방안이 눈에 띈다. 아울러 단기투자로 공투표가 생기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 주주를 특정하는 기준일을 단축키로 한 것도 어느정도 유효해 보인다. 금융위는 그밖에도 상장회사에 주주 연락처 제공 주총 참여자에 기념품 등 인센티브 허용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주주 관심을 유도하는 대책이 대부분이라 중소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자구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업계에선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인다업계 관계자는 "산업 육성 차원에서 기술 특례 상장한 취지를 고려하면 의결정족수 부족 문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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