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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개·돼지처럼 살지 않으려면
2019-05-08 06:00:00 2019-05-08 06:00:00
"4월16일 이 어리석은 엄마는 아이가 1시간 40분 동안 '엄마 살려 줘, 살려 줘', 애가 타게 불렀을 텐데, 단원고 가서 '전원구조' 라는 말에 이 어리석은 엄마는 '그러면 그렇지 대한민국이 어떤 나란데 우리 아이들을 수장시키겠어?' 그 '전원구조'란 말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했습니다. 이런 미친 엄마가 있습니까?"
 
세월호 유가족 호성 엄마는 자신을 "미친 엄마"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으로써 내 가정 잘 꾸리고 내 부모 잘 섬기고 나름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는" 이 엄마는 알면 알수록 "평범한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아님"을 알게 됐다. 1%의 사람들만을 위한 나라, 성실한 국민들은 개·돼지 취급 받는 나라임을 실감했다.
 
지난 5월4일,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4·16운동 단체들이 주최한 촛불문화제에는 200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자유한국당의 해체'와 '황교안·나경원 처벌'을 내건 촛불집회에서 지난 5년 동안 "미친 년"으로 살아온 한 유가족의 절규에 시민들은 같이 눈물을 흘렸다.
 
다른 유가족들도 비슷한 증언들을 한다.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들은 대체로 평범한 시민이었다. 이 나라의 평범한 국민으로 세금 잘 내고, 가정 잘 꾸리고, 성실하게 일하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유가족이 되고 보니 세상은 달랐다.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정치와 언론, 여론은 너무 냉정했다. 유가족에게 돈이나 더 받고 입 다물라는 그 공식밖에 없었다. 억울한 심정의 유가족들은 말도 못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한 평생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건 이 나라 피해자들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멀리 여순 사건, 제주 4.3사건 때부터, 내 식구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도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다. 한국전쟁 시기에 학살당한 억울한 죽음은 도처에 널렸다. 4·19를 넘어 5·18에 이르러서야 당시 힘이 커진 학생운동 덕분에 억울한 죽음들을 알릴 수 있었고, 일부 책임자들이 처벌되는 듯했다. 무기징역형을 확정 받았던 전두환도, 17년형을 확정 받았던 노태우도 감옥살이 2년 만에 사면·복권되어 세상에 나왔다. 그런 뒤에 그들은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자신들의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우리 사회는 섣부른 용서와 화해는 오히려 악을 키워준다는 교훈을 얻었다.
 
참사 때도 그렇다. 수백 명이 죽은 참사에서 책임자들을 제대로 처벌한 역사를 가져본 적이 없다. 304명이 죽은 세월호참사에서 정부 관계자는 오로지 현장에 출동했던 123정 김경일 정장만 징역 3년형을 살고 나왔을 뿐이다. 그러니 같은 유형의 과거형 재난참사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다시는 이런 비극 없게 하자고 아무리 외쳐 봐야 소용없다.
 
그래서 4·16연대와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책임자들을 처벌하자고 주장한다. 책임자들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고발하는 운동을 벌일 계획을 갖고 있다. 유가족과 국민이 함께 하는 고소고발운동이다. 지금은 먼저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 발언한 자유한국당의 차명진과 정진석을 고발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조위가 황교안 조사를 끝내는 대로 황교안도 고발할 예정이다.
 
진상규명을 하는 이유는 책임자들을 드러내는 데 있고, 그 책임자들을 처벌하려는 데 있다. 유엔에서 말하는 처벌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권고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의 민주적 발전은 왜곡되고 정의가 설 땅이 없기 때문이다.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호성 엄마와 같이 절규하는 유가족이 생길 것이다. 책임자를 어느 수준까지 처벌하느냐에 따라 이후 국가와 사회의 안전도 그만큼 더 보장될 수 있다.
 
그러니 부디 유가족들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강요하지 마라. 개·돼지 취급 받으며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세월호참사의 책임자를 할 수 있는 한 악착 같이 처벌하도록 하는 일, 그게 지금 우리 사회 민주시민의 몫이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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