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최저임금체계 개편이 국회에서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올해 적용이 어렵게 되자 업계는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의 합리성과 객관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30여년 만에 개편했는데 첫발조차 떼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공익위원 8명이 모두 사퇴키로 하면서 새로 위원회를 꾸려야하는 만큼 정상화 과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를 이원화 하는 내용의 개편안 적용이 올해는 어려울 것이 확실시 된다.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가 패스트트랙을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처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새 결정체계를 적용하는 방안이 사실상 물 건너간데 이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이 사퇴 입장을 재차 고수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험로'가 예상된다.
최저임금위 위원의 위촉과 해촉은 대통령이 한다. 공익위원 8명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공익위원이 집단 사퇴하는 첫 사례가 된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위 위원의 임기는 3년으로, 사표를 낸 공익위원 8명은 작년 5월 위촉돼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에 있어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고민했는데 득실을 따져보니 새로 간판을 다는 게 올해 최저임금 결정에 더 좋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고용부와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임명 절차는 보통 1~3주 정도 걸리는 만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 5월말까지 임명 절차를 마치고 본격 심의에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매번 공정성 논란을 일으켰던 공익위원을 8명이나 뽑아야 하는 만큼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 업계는 최저임금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중소·소상공인 업계는 업종별, 사업 규모별로 구분 적용하는 속도 조절을 거듭 주장해 왔는데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 지연에 공익위원들마저 전원 사퇴를 표명하면서 업계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재 사용자 측은 지불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소상공인 업계는 공익위원들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만큼 최저임금 심의가 조기에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문식 주유소운영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행 최임위 구조로는 사용자와 노동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이전처럼 똑같이 반복될 것"이라며 "양측이 합의를 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임금을 동결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근로자들은 불만을 가지게 되고 경영진 입장에선 부담감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이라도 위원회에서 제도 개선 방안을 시급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익위원 교체와 관련해 소상공인업계 관계자는 "공익위원이 얼마나 객관화되는지가 숙제"라며 "누구에게나 객관적이라는 구조 형성이 중요해 결정구조 개편을 시도한건데 공익위원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선정하고 재선임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중기업계 관계자 또한 "급하게 공익위원을 선정해야 되는데 다시 구성한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며 "공익위원 재선정으로 공정성 논란이 재점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누구로 선임하든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정조원 전경련 고용창출팀장도 "결국 공익위원들이 결정하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데 공익위원을 정부에서 추천하면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며 "독립적이고 공정성 있는 인사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하늬·양지윤·왕해나·강명연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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