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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와 정치 분리" 국제사회와 대북 식량지원 공감 키우는 정부
김연철·강경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 연쇄회담…청-여야 5당 회의 의제로도 떠올라
2019-05-13 16:55:26 2019-05-13 16:55:26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우리 정부 당국자가 대북 인도지원 문제를 놓고 정치와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제사회와 공감대를 키우고 있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된 가운데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데이빗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만나 "최근에 WFP가 FAO(국제식량농업기구)와 함께 북한 식량조사를 한 보고서를 자세히 읽었다"며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의 기본입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WFP와 FAO는 지난 3일 발표한 '북한의 식량안보 평가'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 식량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은 136만톤”이라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기 위해 159만톤을 수입해야 하는데 현재 계획된 수입량(20만톤)과 국제기구가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양(2만1200톤)을 고려해도 136만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의 식량 생산 추정치인 490만톤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FAO와 WFP는 "북한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1010만명이 식량이 부족한 상태"라며 긴급한 지원이 필요한 상태라고도 언급했다.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백만 명이 더 굶주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비즐리 사무총장도 이날 김 장관과의 면담 시작 전 "WFP가 한국 정부와 지속 협조하는 가운데 정치와 인도주의적 사항은 분리돼야 한다"며 "한국에 있는 국민들이 원하는 대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과의 면담 후에는 기자들을 만나 "가뭄·홍수 등의 문제가 북한의 식량사정을 나쁘게 만들고 있다"며 "보고서가 말하는대로 (북한 식량사정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만나 대북 식량지원 문제를 논의했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 내에서도 북한 식량사정이 심각하다는데 공감대가 서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북한 내 아동과 임산부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긴급 영양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지난 4·9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나선 것이 변수다. 윤 위원장은 지난 10일 김 장관을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보상이나 굴복으로 비치면 안 된다"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서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 추진을 위한 각계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14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대북 식량지원 관련 각계각층 의견수렴 간담회'를 갖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대북 인도지원에 대한 국민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차원에서 민간단체, 종교계, 전문가 등을 만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예정"이라며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인도지원 관련한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15일에는 통일부 인도협력분과 정책자문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대북 인도지원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북 식량지원 방침에 변함이 없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부터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여야 5당 지도부 회동 의제로도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 문제가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민간단체는 물론 정치권의 의견까지 듣고 지원규모·방식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북한은 우리 측의 인도지원 관련 움직임에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인도적 지원의 북한 달래기 효과가 미미하며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대화 재개 카드로는 미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신 북한은 개성공단 재개를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각종 경제교류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장관실에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빗 비즐리 사무총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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