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계 미투 운동 최대 진앙지로 지목된 김기덕 감독은 대체 어디에 있을까. 그의 휴대 전화는 해외 로밍 착신 상태였다. 얼마 전까지 착신 자체를 정지시켜 놨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기습적으로 자신의 신작을 공개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예측된다.
먼저 김 감독은 영화 제목이 명시되지 않은 자신의 신작을 이날 오후 8시 프랑스 칸 팔레 드 시즈에서 열린 칸 필름마켓 스크리닝에서 공개했다. 전 세계 기자들에게 제공되는 책자에는 해당 정보가 없었다. 단 칸 영화제 필름마켓 측이 영화 관계자(바이어)들에게 제공한 자료에 일부에만 신작 공개 여부가 포함돼 있었다. 칸 현지에 머물고 있는 국내 영화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진/김기덕필름
이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해당 책자에는 ‘Press allow’로 신작 공개 상영 기준이 명시돼 있었다. 이는 취재진도 입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통상적으로 칸 필름마켓 상영 기준은 티켓 소지자만 입장 가능한 ‘Ticket required’,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 되는 ‘By invitation only’, 해당 배지가 있는 사람만 입장 가능한 ‘Priority badges only’, 취재진 입장이 허용되는 ‘Press allowed’이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은 가장 낮은 단계인 ‘Press allowed’였다. 하지만 상영 당일 불과 10여분을 앞두고 상영장을 찾은 국내 기자들에게 ‘By invitation only’ 기준을 적용해 입장을 불허했다. 현장에 있던 김기덕 감독 측 관계자는 “칸 영화제 측과 소통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래부터 초대 받은 바이어만 입장이 가능했다”고 기자들의 입장을 불허했다.
현재 현지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칸 현지에는 머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그의 휴대폰 전화는 착신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통해 해외 로밍으로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이다. 성폭행 피해자들의 주장이 보도된 뒤 논란이 거세지자 해외로 출국 후 국내와 모든 연락이 끊었던 몇 달 전의 상황과는 상반된다. 지난 달 카자흐스탄에서 신작 ‘딘’ 촬영 당시에도 그의 휴대 전화는 착신이 안됐던 상태였다.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토마토를 통해 “칸 현지에 김기덕 감독이 머물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신작을 공개하는 입장에서 김 감독이 다른 나라에 머물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칸 인근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뉴스토마토와의 연락에서 “유럽 영화 시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감독이다. 세계 최대 필름 마켓인 칸 필름마켓을 김 감독이 놓칠 리 없다”면서 “당초 ‘Press allow’ 등급도 국내 기자들이 아닌 외신 기자들을 향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칸 필름 마켓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배포한 자료가 아닌 영화 관계자들에게만 제공한 자료에 자신의 신작을 공개 정보를 노출한 것을 미뤄 짐작해 보면 답은 나오지 않나”라고 귀띔했다.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휴대 전화 착신을 해제했다. 공교롭게도 본인의 신작으로 불리는 러닝타임 72분 분량의 신작을 칸 영화제 필름 마켓에서 공개했다. 16일 오후 8시(현지시간)에도 다시 한 번 상영이 된다. 국내에선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연일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수 차례 김 감독의 휴대 전화로 연락을 취했지만 받지 않았다. 그는 누구와 연락을 하면서 어디에서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영화 인생을 이어가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보와 근황은 평소 자신이 선보여 왔던 기괴한 작품 스타일과 묘한 일치감을 보이고 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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