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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린 의뢰인’ 이동휘, 이 배우의 진짜는 ‘진지함’
‘어른’의 올바름 묻게 만드는 연기, 웃음 뺀 모습 ‘주목’
“어른으로서 ‘외면’한 아이 외침, 연기지만 힘들었다”
2019-05-17 00:00:00 2019-05-17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무조건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동룡캐릭터를 먼저 떠올리기 된다. 이전까지 이 배우가 출연한 뚜렷한 흥행작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저 이 배우가 가장 잘 어울리고 또 가장 완벽한 맞춤형 연기를 선보인 작품이 응답하라 1988’ 동룡이라고 생각이 됐다. 사실 이런 판단은 대중들도 10 8, 9는 마찬가지일 듯싶다. 배우 이동휘에겐 기본적으로 코미디의 DNA가 흐르고 있는 듯한 확신이 든다. 그가 지금까지 출연해 온 필모그래피 속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 속 이동휘의 존재감을 살펴보면 완벽하게 답은 하나 뿐이다. ‘이동휘는 코미디란 등식이 성립된다. 그래서 영화 어린 의뢰인을 오해하는 관객들도 상당히 많을 듯싶었다. 포스터 전면에 심각하게 등장한 이동휘의 모습은 무언가 웃음의 폭풍 전야를 예감케 한다. 물론 이런 예감은 완벽하게 틀렸다. 영화는 끔찍한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이 영화에서 이동휘는 완벽하게 심각한 상황을 풀어가는 인물로 등장한다. 흡사 히어로와 같은 모습이다. 물론 그 모습에서 어른의 올바름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는 힘이 담겨 있다. 이동휘가 제대로 달라졌다.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이동휘가 주연을 맡은 어린 의뢰인 2013년 경북 칠곡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이 모티브가 된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변호사 정엽으로 등장한다. 적당한 웃음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동휘 특유의 코미디 감각을 살려야 하는 배역이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어른들이 외면한 어린이들의 학대 피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모든 것은 이동휘가 연기한 정엽의 눈을 통해 그려진다.
 
제가 출연한다고 해서 코미디 영화로 오해를 하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봐요. 절대 아닙니다. 아주 심각한 내용이에요. 우리 어른들이 외면해 온 내용이죠. 사실 저의 이미지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냐는 질문들도 많이 받는데 그렇지는 않아요. 웃음기를 뺀 작품을 사실 꾸준히 해왔어요. 지상파 단막극도 가장 최근 소화했고. 저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 과정 속에서 만난 또 다른 작품이 어린 의뢰인이었죠.”
 
근본적으로 그는 이 작품 출연 결정에 아동 학대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란다.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던 사건의 심각성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아동 학대 피해에 대한 어른으로서의 문제 인식은 있었지만 보다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 볼 기회가 없었단 것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 작품 출연 제안은 이동휘에겐 좋은 기회였다. 물론 어른으로서의 고민도 더욱 커졌다.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보시는 분에 따라선 영화 속 상황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로 볼 수도 있는데 엄연한 현실이에요. 이전에도 아동 학대 사건은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느낀 점은 더욱 심각했어요. 진짜 경악을 금치 못했죠. 바로 지난 주에도 비슷한 사건이 또 터져서 너무 마음이 안 좋아요. 어른들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란 단어에 이동휘의 힘은 강하게 들어갔다. 그는 어른으로서 이 영화에 참여했고 극중 어른이지만 외면을 한 바 있다. 크게는 어떤 불의를 보면 외면하지 말고 그것을 정면으로 대면하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면 그것이 어른일 것이다. 반대로 대면하기를 피하고 외면만 한다면 비겁한 어른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영화 속 이동휘가 연기한 정엽은 외면도 했었고 대면도 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저 어른인 정엽이 지나가는 말로 햄버거 같이 먹자라고 한 말이 그런 처참한 상황을 만들 줄은 정말 몰랐을 거에요. 너무도 엄청난 사건이 벌어진 것에 정엽은 분명히 깊은 책임감을 느꼈을 거에요. 외면했었지만 그게 잘못인 줄 알고 대면을 하잖아요. 상황에서 오는 상실감과 죄책감. 최소한 정엽은 그 두 가지를 느끼고 있는데 우리 어른들은 그걸 알고는 있었을까요. 연기였지만 저 자신부터 돌아보게 됐어요. 너무 고통스러웠죠.”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그는 자신의 외면으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위해 발벗고 뛰는 변호사 정엽으로 이 영화를 소화했다. 정엽은 극중에서 적당히 물이 들고 적당히 퇴락한 듯한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자신과 인연을 맺은 한 아이의 끔찍한 죽음에 분개하고 세상을 향해 죽은 아이 누나의 억울함을 대신 외친다. 분명히 그는 올곧은 어른이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어른의 모습 그대로이다.
 
정엽은 사실 보시기에 따라선 아주 속물적인 인물로 보여지실 거에요. 하지만 그냥 소박한 꿈을 갖고 사는 평범한 인물이라고 봤죠. 누구나 원하는 아주 단순한 성공이란 목표를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제 과거의 모습에서도 많이 꺼내서 정엽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평범한 인물, 적당히 속물적인 정엽 같은 인물도 분노하잖아요. 우리 모두 사실은 그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정엽의 그런 숨은 분노를 자극한 사람은 계모 지숙이었다. 동정의 여지가 없는 악인이고 악 그 자체로 등장한다. 어린 두 자녀들에게 상상 이상의 끔찍한 폭력을 가한다. ‘지숙을 연기한 유선은 여배우로서 또 엄마로서 느낀 고통을 가감 없이 인터뷰에서 전한 바 있다. 이동휘 역시 현장에서 유선과의 호흡 그리고 그를 통해 느낀 또 다른 감정도 전했다.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배우들 모두가 각자의 상황에서 배역을 이해하고 소화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유선 선배님이 지숙을 연기하겠다고 결정한 것 자체가 정말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배우든 정의로운 역할에 더 끌리기 마련이에요. 어둠을 다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라고 하지만 그 부담은 엄청나거든요. 더욱이 선배님은 어린 딸을 둔 엄마이고 또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도 활동하세요. 그냥 출연 결정 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어요.”
 
수 많은 작품에서 존재감이 강력한 조연급으로 활동해 온 이동휘이다. 이번 어린 의뢰인은 분명히 자신의 배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전작인 극한직업 1000만 흥행을 거둔 뒤 차기작으로 저예산 영화인 어린 의뢰인을 선택한 것 자체가 이동휘의 배우로서 자세를 느끼게 한다.
 
배우 이동휘. 사진/화이브라더스코리아
 
언제나 시나리오를 먼저 봤고 두 번째로 캐릭터를 보고 출연을 결정해왔었죠. 이번 영화를 통해 유선 선배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어요. 배우라면 꺼려할 수도 있는 작품이 분명히 있지만 역할을 위해서 또 의미를 위해서 꼭 도전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요. ‘이 배우가 찍은 영화는 꼭 봐야지란 생각을 갖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린 의뢰인에선 저보다 유선 선배님 그리고 어린 두 아역이 너무 잘해줬죠. 물론 이동휘가 출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감사하지만 보시고 나면 분명히 강렬한 잔상이 남고 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고 자부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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