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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화되는 암호화폐 가이드라인…약일까 독일까
가상통화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 7월 만료…법제화 후 폐지 예정
국회 파행에 법안 표류…명확성 확보 vs 시장 위축 등 상반된 시선 존재
2019-05-19 10:00:00 2019-05-19 10: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암호화폐(가상통화·암호화자산) 법제화를 놓고 시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명확한 규제가 마련되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던 암호화폐 관련 문제 등 불확실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정부 정책이 한층 더 완고해질 경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아울러 야당의 장외투쟁 등으로 국회 의사일정이 모두 파행되면서 입법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픽사베이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9일 만료 예정인 '가상통화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과 관련해 법제화를 추진한 이후 행정지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명시적 규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1월 도입된 가이드라인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세탁행위를 방지하고 금융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금융위는 농협·국민·KEB하나은행에 대한 현장점검 등을 거쳐 작년 6월 동 가이드라인을 개정·시행했다.
 
특히 당국은 은행권에 경비운영과 같이 암호화폐 취급업소가 보유한 비집금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주문했으며, 현재 시중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업비트(기업은행)·코빗(신한은행)·빗썸 및 코인원(NH농협) 등 일부 거래소에 한해서만 실명확인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 중인 상태다.
 
이 때문에 신규 투자자 유입 창구가 막히며 일각에서는 정부가 은행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를 옥죄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 한 대표는 "최근 몇몇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을 선언하거나 내부 횡령 등으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체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물론, 문제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퇴출하는 게 맞지만 정부가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명목으로 은행을 압박하면서 거래소 역시 고충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대수 거래소에서는 정보보안관리 인증을 받고, 고객확인(KYC)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상황은 어떤 법안이 법제화되느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이름을 올린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법안만 해도 2017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을 비롯해 20여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무면허 암호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는 '특정금융거래정보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 개정안(김병욱 의원 대표 발의)부터 블록체인 연구개발 특구를 조성하는 내용의 '블록체인 진흥 및 육성 등에 관한 법률(이상민 의원 대표 발의)'과 지난 8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내놓은 ICO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까지 다양하다.
 
아울러 올해 금융위가 주요 입법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제윤경 의원 대표발의)'도 포함돼 있다. 다만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아직 한 건도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치권 다툼으로 국회 공회전이 이어지면서 관련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 등이 정무위에 상정됐지만, 정확한 (입법) 시기는 알 수 없다"며 "관련 행정지도의 경우 법령 제·개정 추진 시에는 유효기간을 2회 이상 연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암호화폐·블록체인 관련 정책은) 금융위가 독자적으로 하는 게 아니고,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 난립과 사기·횡령 등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산업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개발사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적 제도가 나온다는 점은 환영할 만하다"며 "먹튀나 사기 등 최소한의 자격 여건도 갖추지 않은 거래소가 잇달아 생겨나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제도는 마련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암호화폐 공개(ICO) 전면금지와 같이 급진적인 방안이 나올까 걱정도 된다"며 "시장에 규제만 가하는 방식으로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투자심리는 다시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거래가 어렵게 되거나 벌집계좌(법인계좌) 이용이 전면 금지될 경우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의 줄도산과 이에 따른 투자자의 피해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암호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규제 양성화로 인해) 시장질서는 확립될 수 있지만, 동시에 삼성 등 대기업들이 거래소를 열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관계자는 또 "만약 특금법이 시행된다면, 금융기관 재량으로 거래소와 금융거래를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기 때문에 법인계좌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형 암호화폐 거래소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암호화폐나 거래소를 너무 부정적인 시각에서만 보지 말고, 조금씩 다듬고 단계적으로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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