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무비게이션)‘더 보이’, 지독할 정도로 독특하고 색다르고 잔인하다
거꾸로 출발한 ‘히어로’ 개념, 충격적 결말의 서사 구조 암시
‘슈퍼맨’ 플롯에서 출발, 단 하나만 바꾼 스토리 ‘호러 히어로’
2019-05-20 00:00:00 2019-05-2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히어로란 단어 자체가 낯설지가 않다. 특별한 능력을 통해 인류를 돕고 또 구원하는 영웅들이다. 마블과 DC히어로의 개념을 대중들의 무의식 속에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히어로는 우리들의 친구이며 우리들의 이웃이다. 그들은 절대적인 존재이며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소유했다. 여기까지가 우리들의 무의식이 지배하는 개념이다. 그럼 모든 것을 뒤집어 보자. 만약 히어로가 악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기존 히어로영화 속 빌런의 개념을 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좀 다른 질문이다. ‘히어로의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주체가 어떤 무의식의 지배로 인해 사악한 존재로 자라나게 된다면. 여기서 앞선 주체는 성인의 개념이라면 뒤의 주체는 아직 자아가 성립되기 이전 소년이다. ‘자체가 완성된 그것이 아니라 불안정한 요소를 담고 있다. 때문에 보다 더 혼돈스럽고 불규칙적이고 무자비하다. 자신의 행동 자체를 제어할 판단 근거를 스스로 완성하지 못한 상태이다. ‘더 보이는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다.
 
 
 
기본적인 플롯은 슈퍼맨과 너무도 흡사하다. 기존 히어로 장르의 비틀기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하늘에서 무언가 굉음을 내고 떨어진다. 미국의 한적한 시골 농가. 아이가 없는 젊은 부부는 자신들의 바람을 들어 준 하늘의 선물로 여기며 하늘에서 떨어진 알 수 없는 비행체 속의 작은 아기를 입양해 키운다. ‘브랜든이란 이름의 아기는 그렇게 토리-카일 부부의 아들로 행복하게 커 나간다. 그리고 12세가 된 어느 날 브랜든은 자신이 타고 온 우주선에서 전해 져 오는 알 수 없는 목소리에 마음을 조종 당하기 시작한다. 어제까지의 브랜든과 이제부터의 브랜든은 이제 다른 소년이다.
 
영화 '더 보이' 스틸. 사진/소니픽쳐스
 
더 보이우선 이 영화, 지독하게 독특하다. 기본적으로 히어로 장르가 갖는 강력한 플롯이 무너진 상태이다.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 인류와는 다른 능력의 소유자. 앞서 언급한 슈퍼맨의 태생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주인공 브랜든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름을 넘어서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작고 왜소한 체격의 브랜든은 남들과는 다른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또래의 시기와 질투를 받는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소외된 특별함이 아닌 비교 우위의 무력을 암시한다. 모두가 브랜든이 발산하는 야수성을 두려워한다. 소심한 성격처럼 보이는 그의 조용함은 폭풍전야처럼 그려진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모두를 떨게 만든다.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서 있는 육식 최강자의 아우라는 사슬의 하단부에 자리한 초식 동물들의 두려움을 이끌어 낸다. 그의 눈빛과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모두가 그를 멀리하게 된다. 브랜든이 무의식 속에서 발산한 이 같은 존재감은 영화 속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며 앞으로 벌어질 충격적 결과의 단서를 제공한다.
 
영화 '더 보이' 스틸. 사진/소니픽쳐스
 
더 보이는 지독하리 만치 끔찍하다.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지구에 떨어진 브랜든은 스스로가 특별한 존재임을 각성해 나간다. 그 힘은 브랜든에게 모두의 존재 위에 군림하란 무의식의 각성을 강요한다. 그는 자신의 힘을 검증하고 시험한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상처를 입은 적 없는 브랜든이다. 인간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힘을 소유하고 있다. 빛의 속도에 버금갈 정도로 하늘을 난다. 두 눈에선 세상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릴 강력한 빛을 발사한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혐오하는 주변 인물들을 하나 둘씩 제거해 나간다. 그 방식이 두 눈으로 바라보기 쉽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신의 영역에 도달한 브랜든의 힘은 인간을 종이처럼 찢어 버리고 구겨 버린다. 더욱 끔찍한 것은 브랜든이 이제 겨우 12세에 불과하단 점이다. 그는 자신의 행위 자체에 대한 선악 구별 자아 성립 자체가 안된 상태이다. 주변 인물들의 죽음에 무표정한 얼굴로 모든 것을 순응하며 인식하는 모습은 공포를 넘어 극강의 호러 감성을 끌어 올린다.
 
영화 '더 보이' 스틸. 사진/소니픽쳐스
 
더 보이는 지독할 정도로 공포스럽다. 아이의 순수성은 히어로 신체 능력과 결합되고 무의식의 존재와 더해지면서 극단의 악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신체를 뜯어내고 짓이기는 힘의 논리는 제압의 성격이 아니다. 브랜든은 그저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모든 것을 행동으로 옮긴다. 히어로의 상징과도 같은 붉은 망토와 얼기설기 엮은 붉은 복면은 그래서 브랜든의 공포스러움을 상징한다. 10대 소년의 서툰 솜씨가 담긴 망토와 복면의 상징성은 그의 살육 행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목적도 의도도 없다. 단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모든 인물을 제거한단 논리일 뿐이다. 때론 자신의 힘을 시험하는 차원일 뿐이다. 브랜든은 잔인함을 넘어선 공포의 극단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자신의 비교 우위를 스스로 검증한다.
 
영화 '더 보이' 스틸. 사진/소니픽쳐스
 
결과적으로 더 보이는 지독할 정도로 색다르다. 슈퍼 히어로는 나를 구한다는 개념이 완벽하게 정의된 존재였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슈퍼 히어로에게 내가 당한다로 설정을 전복시켰다. 이 단순한 개념 전환이 모든 것을 뒤 바꿔 버렸다. 역설적으로 이 뒤바뀐 개념은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심플하게 만들었다. ‘?’란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절대적인 존재 자체가 인류의 구원자란 기존 히어로개념 자체에도 ?’란 질문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들은 처음부터 이었다. 히어로 자체가 처음부터 선이었기에 구원자이면서 영웅으로 존재해 왔다. 그래서 더 보이는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인 으로 전복시키고 출발을 했다. 그리고 모두가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악의 히어로가 만들어 낸 패악의 결말을 제시한다.
 
영화 '더 보이' 스틸. 사진/소니픽쳐스
 
더 보이’, 지독할 정도로 독특하고, 지독할 정도로 끔찍하고, 지독할 정도로 잔인하고, 지독할 정도로 색다르다. 단 하나만 바꿨는데 모든 게 뒤 바뀌었다. ‘더 보이세계관 확장이 지독할 정도로 궁금해졌고, 지독할 정도로 보고 싶어졌다. 개봉은 오는 23.
 
P.S-1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작진이 기획단계부터 참여한 작품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임팩트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는 한 배우가 영화 마지막을 장식한다.
 
P.S-2 주인공 브랜든을 연기한 잭슨 A.던 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단 한 장면을 장식했던 출연 경력을 갖고 있다. 앤트맨이 양자영역을 드나들며 아기부터 노인까지 변화할 때 출연했던 배우가 바로 잭슨 A. 던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