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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 아프리카 이해부족' 지적 속 "당사자 관점서 문화탐구 노력해야"
이영용 바라칸 음악감독 "초등학교 때부터 잘못된 인식 확대·재생산"
2019-05-20 15:15:12 2019-05-20 15:15:12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해 6월 외교부 산하 ‘한-아프리카 재단’ 출범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내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부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주변국들이 아프리카 대상 공적개발원조(ODA) 외에 민간차원 교류에도 공을 들이는 가운데 당사자 시각에서 전통문화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영용 서아프리카 예술공연팀 ‘바라칸’ 음악감독은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아프리카 편견깨기’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확대·재생산되는 면이 있다”며 “이를 바로잡을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서아프리카 지역 전통악기 젬베(Djembe)를 소개한 초등학교 교과서를 예로 들며 “젬베 연주를 하지 않는 지역인 (중동아프리카) 탄자니아 동요를 함께 수록하고, 아프리카가 아닌 동남아시아 지역 젬베·서아프리카인으로 보기 힘든 이목구비를 가진 사람을 그려놓은 오류가 오랜 기간 고쳐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치 '우리민요 아리랑에 맞춰 중국 경극 공연이 이뤄진다'는 식의 오류라는 것이다.
 
이 감독은 “인터넷 상의 젬베 관련 정보 중 80~90%는 사실과 다름에도 확대·재생산 중”이라며 “어떤 젬베 연주자들이 검은 타이즈에 다리에 술을 달고 ‘우가우가’ 소리를 내며 무대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 아프리카 어디를 가도 그런 식으로 입장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난·질병이 만연한 아프리카’라는 식의 편견도 깨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부 학자에 따르면 서기 1300년경 말리왕국 만사무사왕이 인류 역사상 가장 부자였다는 설도 있다”며 “당시 전 세계 금 생산량의 50%를 말리왕국 니제르강에서 사금 형태로 채취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해당 지역 여인들이 금목걸이로 치장하고 있는 사진을 소개한 그는 “유럽인들이 들어와 식민지를 건설하고, 현지 경제·문화를 엉망으로 만들기 전까지 현지 문화수준이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도 소개했다.
 
이 감독은 “기존 시장이나 구호, 선교, 관광 등에 머물러있던 아프리카에 대한 시각에 인류 무형문화의 보고이자 배움의 대상이라는 점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비슷한 2000년대 초반 젬베가 유입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열풍이 불고, 일본 이오지마가 ‘아시아 젬베의 성지’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특색있는 워크숍·캠프를 통해 전세계 아프리카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면 지역사회와 연계한 관광 인프라 구축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워크숍은 오는 25일 ‘아프리카의 날’과 내달 12~15일 아프리카 주간을 앞두고 각 분야에 걸쳐 외교부 직원과 관련직종에 있는 국민들의 대 아프리카 인식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했다. 홍진욱 외교부 아프리카중동국장은 “최근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들이 우리로 하여금 ‘다정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는 생각도 갖게 하지 않았나 싶다”며 “아프리카 현지인들은 우리와 마음으로 만나는, 정서적으로 맞는 상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마음을 열고 아프리카가 어떤 곳인지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로 행사 개최 의미를 설명했다. 외교부는 내달 5·10·17일에도 아프리카 경제·개발협력 등을 주제로 전문가 초청 워크숍을 추가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영용 서아프리카 예술공연팀 ‘바라칸’ 음악감독이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아프리카 편견깨기’ 전문가 초청 워크숍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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