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본 최고재판소 "전범기업, 강제징용 피해자 구제해야"
중국인 피해자 대 니시마스 소송서 판시…"단, 일중공동성명으로 청구권 포기한 것"
입력 : 2019-05-23 17:25:07 수정 : 2019-05-23 18:48:21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일본 법원이 이미 12년 전,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일본기업은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추가로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의미가 적지 않다.
 
법조계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는 12년 전인 2007년 4월 27일 중국 강제징용 피해자 뤼모씨 등이 니시마스 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을 강제 노동에 종사시키고 나름대로의 이익을 받고, 게다가 앞서 본 보상금을 취득한 것 등에 비춰 니시마스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기대되는 바이다”라고 판시했다. 
 
일본의 최고재판소는 대한민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법기관으로, 보수적인 판결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10여 년 전 이미 일본 기업에 동원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피해를 인정하고 일본 기업의 구제가 필요하다고 적시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손배소가 진행되고 있는만큼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단은 국내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구제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다만, 재판부(재판장 나카가와 료지)는 피해자들의 손배소 청구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지극히 큰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데 일중공동성명 5항에 따른 청구권포기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일중공동성명 5항은 ‘중국은 일본 정부와의 우호를 위해 일본국에 대한 전쟁 배상의 청구를 포기하는 것을 선언한다’고 명시됐다”며 “일중공동성명이 범규범성이 인정되는 것은 분명하고, 청구권 포기는 청구권에 근거해 기속력을 상실시키는 것을 의미해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국내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이용우 변호사는 “소구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강제노동을 인정하고 피해구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며 “강제노동 등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됨을 명확히 판시했다”고 평가했다.
 
또 “최고재판소는 그동안의 판례는 보수적이고 국수적이었지만, 이런 판시를 했다는 것은 새롭다”며 “일본 전범기업들에게 배임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끌려간 원고들은, 니시마스가 이들을 가혹한 조건으로 강제노동에 종사시킨 것이 안전배려 의무에 위반된 행위라고 주장하며 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원고들에 대해 각 550만엔 및 지연손해금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당시 재판부는 “중국인 노동자들을 일본으로 이송하고 건설 현장에서 가혹한 노동에 종사시킨 행위는 강제 연행 및 강제 노동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며 “니시마스와 원고들은 특수한 고용유사관계에 있어 부수적으로 안전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니시마스는 일중공동성명에 따른 청구권 포기의 결과, 일본 및 일본 국민이 이 사건 청구에 응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지만 일중공동성명에 중국 국민이 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명기되지 않았다”며 “중국정부가 포기하는 것은 전쟁배상의 포기에 불과하고, 국가간 조약을 국민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과 11월, 일제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의 배상 명령이 확정됐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이 법원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기업을 상대로 추가소송을 제기했고 그 움직임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가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신일철주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에 참석, 선고를 마친 후 법원을 나와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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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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