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블록체인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일상 속 블록체인, 직접 이용해보니
커피 주문까지 10초 소요…암호화폐 실시간 시세 반영
유명무실한 사례도 많아…페이스북 등 가세로 전망 밝아
2019-05-26 20:00:00 2019-05-26 20: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바코드(bar code)를 보여주세요. 결제완료됐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달콤커피(dal.komm Coffee) 한 매장에서 커피를 구매하면서 받은 요청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일이 '뭐 그리 대수냐'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신용카드나 현금 없이 암호화폐로만 구매했다고 하면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지금까지 단순 투자나 매매, 채굴 등의 목적으로 이용됐던 암호화폐가 실생활 속에서도 사용 가능한 유스 케이스(Use Case)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현금이 필요 없는 블록체인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달콤커피에서는 페이코인으로 식·음료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백아란기자
 
암호화폐, 실사용 방안 확대…'현금없는 블록체인 시대' 도래
  
이날 기자가 사용한 암호화폐는 통합결제 전문기업 다날이 선보인 페이프로토콜의 '페이코인(PCI)'이다. 페이프로토콜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직접 연결해 1% 수준 거래 수수료와 빠른 정산을 제공하는 결제서비스로, 지난 21일 메인넷(Main net·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을 가동한 상태다.
 
매장 안팎으로는 페이코인을 통해 '가볍게 결제'하라는 포스터가 부착돼 있었으며, 결제 당시 1PCI당 약 207원인 시세를 감안해 19.77428PCI(한화 4100원)가 사용됐다.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하기까지는 약 5~10초가 소요됐다.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와 같이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손쉽게 결제가 이뤄진 것이다.
 
단,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몇 가지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 지갑인 페이프로토콜 월렛 내에 페이코인이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한 탓이다. 현재 페이코인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후오비 코리아에서 구매 가능하며, 해당 암호화폐는 거래소 일반 출금을 통해 송금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빗썸캐시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김영일 페이코인 사업기획팀 과장은 "현재 페이코인은 240여개의 달콤커피 매장을 비롯해 약 500곳의 온라인 가맹점에서 이용 가능하다"며 "올 상반기 안으로 도미노피자와 편의점 등 PCI결제가 가능한 가맹점 수를 800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QR스캔·바코드로 결제…카드·현금없이도 OK
 
내친김에 편의점도 들러봤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해부터 GS25·CU·세븐일레븐과 같은 주요 편의점과 CGV·신세계 면세점 등 대형 유통사와 손잡고 기프티콘이 포함된 상품권몰과 바코드 결제 등을 지원하고 있어서다.
 
이용자는 빗썸 내에 보유하고 있는 총 자산인 '빗썸캐시'로 결제할 수 있으며 편의점과 서점에서는 '모바일 문화상품권'으로, 음식점 등에선 '페이즈상품권'으로 계산된다. 그러나 기자가 방문한 편의점에서는 관련 결제 방법을 알지 못했고, '빗썸 캐시'로 구매하는 경우도 처음이라는 직원의 얘기가 있었다.
 
지난 2017년 말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도입한다며 대대적인 선전에 나섰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은 어떨까. 앞서 고투몰은 HTS코인과 비트코인 결제 관련 제휴를 맺고 입점 매장 620곳을 대상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고투몰에는 '블록체인 쇼핑몰'이라는 입간판과 함께 상당수의 상점이 '비트코인 간편결제'라는 스티커를 장착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는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상점 주인은 "(간편결제 스티커를) 붙인지 한참 됐지만, 실제 결제를 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며 "처음엔 교육도 하곤 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잊어버렸다"고 전했다. QR스캔 등 간편 결제 관련 안내문이 부착돼 있지만 실상은 유명무실한 셈이다.
 
현장서 결제 방법 모르기도…삼성·티몬 등은 서비스 상용화 가시화
 
비트코인 취급 상점 안내사이트인 '코인맵(Coin map)'과 현금자동인출기(ATM) 위치를 안내해주는 '코인ATM레이더(coinatmradar)' 등에서도 실제 결제를 지원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코인ATM레이더가 집계한 전 세계 5000여개 코인 ATM 가운데 한국은 1곳에 불과했으며, 이 또한 정상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평가돼 있다.
 
암호화폐·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는 초기단계지만 잠재력은 커 보였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갤럭시 S10 블록체인 키스토어, 익스피디아 비트코인 결제 관련 정책, 고투몰, 한국 내 코인레이다 현황. 사진/백아란기자
 
다만 앞으로의 전망은 밝은 편이다. 글로벌 기업과 블록체인 프로젝트사들이 잇달아 지급·결제서비스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페이스북은 스위스에 암호화폐 관련 자회사 리브라 네트워크(Libra Networks)를 설립하고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스타벅스 역시 암호화폐를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 S10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했고, 신현성 티켓몬스터 의장이 주도하는 테라 프로젝트도 본격적인 결제 서비스 가동에 나선 상황이다.
 
이밖에 해먹남녀 운영사 바이탈힌트코리아는 내달 최현석·오세득 셰프 레스토랑에 '힌트체인'을 도입할 계획이며, 블록체인 기업 펀디엑스(Pundi X)는 간편 결제를 위해 XWallet, XPASS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지난 22일 '비트코인 피자데이'를 맞아 파파존스에서 결제 이벤트도 진행했다.
 
블록체인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걸음마 단계에 있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카페나 레스토랑부터 영화관과 명품구매까지 일상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구현되고 있다"며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전통 유통·금융시장에서도 적극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 만큼 서비스 상용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